실리콘밸리에서 모두 'NO'한 트럼프에 유일하게 'YES'를 외치는 피터 틸. 페이팔 공동창업자인 IT 거물, 트럼프에 125만 달러 거액 후원금 기부 동성애자인 그가 성차별주의자 인종차별주의자 비난 받는 트럼프를 왜 지지할까 틸, "잘 나가기만 하는 실리콘밸리 사람들은 미국의 경제적 아픔을 모른다"
실리콘밸리에서 모두가 'NO(반대)'하는 트럼프에 대해 거의 유일하게 'YES(지지)'하는 기업인이 있다. 온라인결제서비스인 페이팔과 자료분석회사인 팰런티어의 공동창업자이자 헤지펀드 매니저인 피터 틸(49)이다.
틸은 실리콘밸리에선 이례적으로 슈퍼팩(정치자금위원회)을 통하거나 트럼프 선거캠프에 직접 돈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트럼프에게 125만 달러(약 14억1250만 원)를 후원할 것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동성애자이고 실리콘밸리 거물인 틸이 '인종차별주의자, 성차별주의자'라는 공격을 받는 트럼프를 왜 지지하는지에 대해 궁금증과 의아심이 증폭되고 있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소식통은 NYT에 "틸은 미국은 지금 '(전면적인) 수리'가 필요한데 그걸 할 수 있는 사람은 트럼프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나는 정치인이 아니다. 트럼프도 정치인이 아니다. 그는 건설자다. 지금은 미국을 재건해야 할 때다. 실리콘밸리에만 있으면 미국이 잘못 가고 있다는 걸 알기 어렵다. 사업이 잘 되고 많은 돈을 번다. 그러나 실리콘밸리는 작은 도시에 불과하다. 조그만 외곽으로 벗어나면 실리콘밸리 같은 번영을 찾아보기 어렵다. 미국 전역에서 (노동자들의) 임금은 오르지 않고 있고, 그래서 실질임금은 10년 전보다 더 적어졌다. 의료보험료 대학등록금만 오른다. 월가 대형은행들은 정부 채권부터 (민주당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의 강연료까지 모든 곳에서 '거품'만 만들고 있다.
내가 어렸을 땐 국가적 큰 논쟁이 '어떻게 소련(옛 러시아)을 무찌를 것인가'였다. 그리고 결국 우리 미국이 이겼다. 그런데 지금 가장 큰 논쟁은 '누가 어느 화장실을 써야 하느냐'(트랜스젠더의 화장실 사용을 둘러싼 논쟁)는 것이다. 이런 게 우리의 진짜 문제들에 집중하지 못하도록 만든다.
모든 미국인은 각자의 독특한 정체성이 있다. 나는 게이(동성애자)인 것이 자랑스럽다. 나는 공화당원인 것이 자랑스럽다. 그러나 무엇보다 나는 미국인인 것이 자랑스럽다. 솔직히 공화당의 모든 정강정책에 동의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진보 진영이 주도하는) 가짜 문화전쟁이 경제적 쇠락이란 진짜 문제에 집중하지 못하게 만든다. 그리고 이런 문제에 있어서 가장 솔직한 사람이 트럼프라고 생각한다. 트럼프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고 외치고 있는데 그건 과거로 돌아가겠다는 뜻이 아니다. 미국을 밝은 미래로 이끌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난 트럼프를 지지한다."
경제전문지 포천은 "틸의 이런 트럼프 지지는 그의 실리콘벨리 동료들을 매우 당혹스럽게 만들고 있고, 틸의 사업에도 직·간접적인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틸은 페이스북의 이사회 멤버이기도 한데,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는 대표적인 반(反) 트럼프 인사이다. 포천은 "페이스북이 회사 이사인 틸의 공화당 전당대회 지지 연설 때문에 상당히 곤혹스런 시간을 보내야 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