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명한 음질의 고해상 음원에 대한 수요도 있지만 반대로 복고에 대한 수요 또한 여전하다. 전축판(LP) 재생이 가능한 턴테이블이 출시되는가 하면 이를 고해상 음원으로 녹음해 주는 기기도 나타났다. 최신 디지털 오디오 기기와 기술과 향수를 자극하는 아날로그 기기가 뜨겁게 공존하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과거 향수를 자극하는 아이템은 여럿 있다. 특히 오디오에서는 이것을 논하지 않을 수 없다. 바로 '진공관(Vaccum Tube)'이 그 주인공이다. 앰프를 먼저 떠올리게 해주는 진공관은 전원이 입력되면서 나타나는 특유의 감성과 부드러운 음색 등으로 마니아들의 사랑을 꾸준히 받고 있는 아이템이다. 관리에 대한 일부 아쉬움은 있어도 감수할 수 있을 정도의 감성을 품고 있다.
문제는 제대로 된 감성을 경험하려면 비용 출혈이 따른다는 점. 저렴한 제품도 있기는 하지만 완성도 높은 진공관 앰프를 쓰려면 수백만 원은 기본으로 투자되어야 한다. 당연히 그에 따른 사운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일이다.
브리츠 BZ-TM780. (출처=IT동아)
브리츠 BZ-TM780 진공관 오디오(Vaccum Audio)는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에 진공관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오디오 시스템이다. 무엇보다 앰프가 아니고 스피커와 플레이어가 모두 포함된 미니 콤포넌트와 같은 개념으로 접근한 점이 특징이다. 진공관의 감성과 함께 최신 오디오 기기 특유의 IT 기술이 접목된, 마치 근현대사 박물관에 온 듯한 느낌이라고 하면 과장일까?
'진공관' 품은 미니 콤포넌트 형태의 스피커
브리츠 BZ-TM780은 플레이어를 품은 2채널 오디오 시스템이다. 미니 콤포넌트가 이와 비슷한 형태를 취한다. 기본적으로 스피커만 제공하는 방식이었다면 별도의 플레이어가 있어야 하니 번거로울 수 있으나 본체에 음원 재생 기능을 제공하면서 편의성을 높였다. 실제로 BZ-TM780은 CD 재생 기능과 함께 블루투스, USB 외장 장치, 스테레오 입력(라인), FM 라디오 재생 등이 가능하다.
색상은 흰색과 빨간색 두 가지로 제공된다. 기사에 쓰인 제품은 빨간색으로 도색 마감이나 발색 등에서 아쉬움이 없다. 외부는 유광처리가 이뤄져 있는데, 과하지 않아 부담스럽지 않은 점도 인상적이다. 전문 오디오 기기가 아닌 가정 내에서 부담 없이 쓰는 다목적 플레이어라는 느낌이다. 최대한 소비자들에게 가까이 마주하려는 제조사의 생각이 반영되지 않았나 예상해 본다.
브리츠 BZ-TM780. (출처=IT동아)
전면 스피커는 유닛이 2개 탑재되는 2-웨이(2-Way) 구조를 취했다. 상단에는 고음을 내는 트위터, 하단에는 중저음역을 책임지는 풀레인지 유닛이다. 둘을 합치면 최대 50W의 출력을 낸다. 크기는 폭 166mm, 높이 260mm, 두께 230mm 상당이다.
브리츠 BZ-TM780의 전면부. (출처=IT동아)
플레이어를 보자. 전면에는 큼직한 창과 좌우로 다이얼이 배치된 형태다. 하단에는 외부 오디오 입력을 위한 단자와 헤드폰 단자, 기능 버튼이 달려 있다. 전면 창은 재생 모드와 음량, 시계 등 다양한 활동을 위해 쓰는데, 절반은 진공관을 보여주는 진열장(?) 같은 느낌이고, 절반은 LCD 창으로 꾸몄다. 기능과 감성을 동시에 자극하는 창구인 셈이다.
하단 버튼은 전원과 재생/일시정지, 앞뒤 트랙 전환(감기), 저음(BASS)과 고음(TREBLE) 등의 기능을 제공한다. 아마 전원과 저음, 고음 버튼 외에는 사용 빈도가 많은 편이 아니다. 무선 리모컨을 함께 제공하기 때문이다. 주로 리모컨을 사용할 것이기에 상대적으로 버튼 활용도는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브리츠 BZ-TM780의 후면부. (출처=IT동아)
후면 구성은 비교적 간단하다. 전원 연결을 위한 단자 외에 스피커 연결 단자, USB 단자, 스테레오(RCA) 단자, FM 라디오 수신을 위한 안테나 단자 등이 배치됐다. 사용자가 필요한 단자에 케이블 또는 제품을 연결해 활용하면 된다. USB 단자는 외장 장치 연결이 가능한데, 최대 32GB를 지원한다. 따라서 외장 하드디스크 연결은 어려울 전망이다. 이와 별개로 5V, 1A의 전류가 흐르므로 간단한 충전 정도는 가능하다.
USB 저장매체를 제외하면 해당 단자에 쓸 도구는 대부분 제공된다. 일반 스테레오 활용을 위한 RCA 스테레오 케이블과 함께, FM 라디오 수신을 위한 안테나 케이블도 제공한다. 스피커와의 연결은 기본 제공되는 무산소동(OFC – Oxygen Free Copper) 케이블로 이뤄진다. 하이파이라는 점을 부각시키기에 좋지만 사용자의 선재 선택의 여지를 줬다는 점도 눈 여겨 볼 부분이다.
브리츠 BZ-TM780의 무선 리모컨. (출처=IT동아)
제품 내에는 별도의 무선 리모컨이 제공된다. 본체 전면에 제공되는 버튼으로 하기 어려운 조작은 여기에서 지원한다. 기본 재생 기능은 물론이고, 시계나 저음 강화(S-BASS), 타이머 등의 세부 기능이 제공된다. 타이머는 일정시간 재생 뒤 기기를 자동 정지하는 기능이다. 120분부터 90분, 60분, 45분, 30분, 15분 등으로 조절 가능하다. 버튼을 한 번씩 누를 때마다 전환된다. 리모컨 기능은 가급적 숙지해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세한 기능은 사용자 설명서에서도 제공되니 참고하자.
이제 브리츠의 BZ-TM780 진공관 오디오의 음원 재생 실력을 알아볼 차례. 블루투스와 CD, USB 저장매체(MP3) 등 다양한 방법을 활용해 청음이 이뤄졌다. 블루투스는 기자가 보유하고 있는 갤럭시 S7 엣지를 사용했다. 플레이어는 온쿄 HF 플레이어를 썼다. 음원은 상황에 따라 24비트 96kHz FLAC 고해상 음원과 320kbps MP3 음원을 고루 활용했다.
브리츠 BZ-TM780의 전원을 켜면 진공관 2개가 격하게 반긴다. (출처=IT동아)
전원을 켜니, 진공관을 예열하기 위한 시간(PREHEAT)을 표시해준다. 10초를 세는데, 실제로는 20초 정도다. 숫자와 예열이라는 문구를 1초마다 번갈아 보여줘서다. 예열 시간을 짧게 느껴지게 만드는 마법같은 존재이기도 하다. 예열이 완료되면 진공관 두 개가 환하게 밝아지면서 음원 재생 준비를 알린다.
브리츠 BZ-TM780의 음질은 부드럽고 세밀한 느낌을 준다. (출처=IT동아)
성향으로 따져 보자면 날카롭다기 보다는 부드럽다. 기자는 진공관 앰프를 많이 접하지 못했기에 그 특성을 제대로 알 수 없다. 때문에 BZ-TM780의 소리가 진공관의 특성 때문이라고 단정짓기에는 한계가 있다. 확실한 부분은 날카로움보다는 부드러움이 강조됐다는 것. 해상력이 높지 않지만 필요한 부분은 제대로 표현해 낸다. 아무래도 강한 사운드 위주의 음원보다 부드러운 연주가 이어지는 음원을 청음하는 소비자 쪽에서 만족도가 높을 듯하다.
그렇다고 다른 음원 재생 실력이 낮다는 의미는 아니다. 상대적으로 부드러운 느낌이 있으므로 강한 음원보다 잔잔한 음원이 더 좋은 궁합을 보일 것이라는 의미다.
소리는 직진성이 강한 편이다. 기자가 청음을 위해 탁자 또는 의자 높이를 조절하거나 스피커 각도를 조절했는데 미세하게나마 음질에 변화가 있었다. 기자 개인적으로 적절하다 느낀 것은 스피커의 위치가 얼굴에 가까웠을 때다. 물론, 사람마다 위치에 따른 음질 만족도가 다를 수 있으니 참고만 하자.
음장은 자체 제공되는 5가지 형태를 선택하는 식이다. 일반(FLAT)부터 팝, 재즈, 클래식, 락 등 5가지가 있다. 차이가 존재하지만 본연의 음질을 경험하려면 일반 설정이 낫다. 여기에 리모컨으로 저음을 조금 강조해주는 S-BASS를 활성화하면 어느 정도 풍부한 음색을 기대할 수 있다.
브리츠 BZ-TM780 모듈 상단에 근거리무선통신을 위한 센서가 있다. (출처=IT동아)
블루투스는 4.0 버전에 대응한다. 플레이어 상단에는 근거리무선통신(NFC)를 위한 장치도 마련되어 있다. N이라는 글자를 형상화한 부분 위에 스마트폰을 올려두면 즉시 블루투스 연결이 이뤄진다. 대신 스마트폰 설정에서 해당 기능을 미리 활성화해야 쓸 수 있다.
스피커 자체의 잠재력은 존재하는 듯 했다. 반면, 이를 뒷받침할 구성이 조금 부족한 점은 못내 아쉽다. apt-X 기술이라도 지원했다면 좋았을 것 같다. 아니면 FLAC 음원 재생을 USB로 지원했다면 나았을지도 모르겠다. 음질은 분명 뛰어난 듯 한데 기술적 제약이 있는 부분은 선뜻 이해하기 어려웠다.
'듣는 맛'과 '보는 맛' 모두 느낀다
브리츠 BZ-TM780 진공관 오디오의 가격은 55만 원이다. 음질과 기능 등을 고려하면 높은 가격이라 느껴지지 않는다. 특히 자극적이지 않지만 풍부한 느낌을 주는 소리가 높은 만족을 주었다. 반면, 진공관의 수명은 걱정되는 부분 중 하나인데, 브리츠 측에 따르면 수명이 긴 진공관을 택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문제가 생기면 브리츠 측과 확인 후 필요한 조치를 받으면 된다.
브리츠 BZ-TM780. (출처=IT동아)
장점은 스피커 자체의 역할이 아닌, 종합 오디오 기기라는 부분이다. 블루투스와 USB 연결만 지원하는 스피커가 아니라, 미니 콤포넌트처럼 CD와 라디오, 스테레오 연결 등 다양한 형태의 매체와 연결에 대응한다. 가정이든 매장이든 가리지 않고 쓸 수 있다는 의미다.
고출력 스피커가 내는 소리는 듣는 맛을 기기 전면에 은은한 빛을 내뿜는 진공관은 보는 맛을 준다. 앞서 언급했지만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근현대사 박물관에 온 듯한 느낌이다. 약간 아쉬운 부분은 있지만 이 두 가지 특징(듣는 맛과 보는 맛)으로 어느 정도 상쇄되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