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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권 청약광풍 표적치료”… 재건축 호가 4000만원 뚝

입력 | 2016-10-19 03:00:00

정부 외과수술식 처방 검토에 강남 부동산 시장 주춤




 정부가 서울 강남권 등 집값 급등과 청약 과열 현상이 일어나는 지역을 꼭 집어 ‘준(準) 투기과열지구’ 수준으로 규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다. 주택시장 전체를 침체에 빠뜨릴 수 있는 고강도 대책은 배제하면서 문제가 되는 지역과 상품만 골라 정밀 타격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수요 규제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뜨겁던 강남 재건축 시장은 관망세로 돌아서며 주춤하고 있다.

○ 외과수술식 단계적 표적 치료


 18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우선 서울 강남3구(서초, 강남, 송파구)와 강동구 등 재건축이 활발한 지역에서 기존 주택시장보다는 청약 시장을 겨냥한 맞춤형 처방을 검토하고 있다.

 수도권 민간택지의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을 6개월에서 1년으로 늘리는 방안이 ‘0’순위 검토 대상으로 알려졌다. 지금은 전매제한이 짧아 분양가의 10%에 해당하는 계약금과 1회 중도금(대개 분양가의 10%)만 내면 계약 후 6개월 후에 분양권을 되팔 수 있다. 전매제한 기간이 늘어나면 최소한 3, 4차 중도금까지는 ‘실탄’으로 갖고 있어야 청약할 수 있기 때문에 투기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청약통장 1순위 자격조건을 다시 강화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지난해 3월부터는 청약통장 가입 기간이 1년만 넘으면 수도권에서 1순위 자격을 받을 수 있어 ‘묻지마 청약’이 늘어났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 밖에 재당첨을 일정 기간 금지하는 것도 검토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강남구 재건축 단지에 당첨된 사람이 곧바로 서초구 재건축 단지에 또 당첨될 수 있다. 하지만 앞으로 1∼5년간 재당첨 제한을 두면 여러 채에 동시다발적으로 청약하는 투기 수요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부는 일각에서 거론되는 투기과열지구나 투기지역 지정은 아직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엔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 연장 외에도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총부채상환비율(DTI) 제한 등 10가지 정도의 규제가 한꺼번에 적용돼 부작용이 커질 수 있어서다. 국토부 관계자는 “처음부터 고강도 대책을 고민하기보다는 시장 추이를 면밀히 살펴본 뒤 필요하면 단계적, 선별적인 방안을 내놓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 정부 규제 방침에 시장 급랭

 정부의 수요 규제 가능성이 나오면서 강남권 부동산 시장은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18일 서울 강남 일대 부동산 공인중개사들에 따르면 재건축 매물 호가가 최대 4000만 원 정도 떨어졌지만 매수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서면서 거래가 뚝 끊겼다. 12월 관리처분을 앞둔 강남구 개포주공4단지는 지난 주말 동안 단 1건만 거래된 것으로 알려졌다.

 개포동 M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전매제한 기간이 길어지면 리스크가 커져 투자자들이 쉽게 분양시장에 진입할 수 없을 것”이라며 “개포주공1단지 등 일반분양 물량이 많은 단지들이 사업성이 떨어질까 긴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강남 부동산 시장에서는 특히 투기과열지구 지정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 반포주공1단지, 잠실주공5단지 등 ‘쪼개기 재건축’ 특수를 누리던 단지들이 우선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최대 3채까지 가능한 조합원 분양 가구 수가 투기과열지구에서는 1채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정부가 수요 규제 신호를 시장에 보내면서 당분간 주택시장이 숨고르기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한다. 일각에서는 저금리로 갈 곳 없는 투자금이 많은 상태에서 성급하게 일부 지역에 규제를 도입할 경우 자칫 다른 지역의 투기를 부추기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금은 강남권에 과열 징후가 있으나 내년부터는 입주 물량 압박에 경기 위축, 금리 인상 등의 변수로 자연 조정될 것”이라며 “전국적인 폭등에 거시 경기도 활황이면 억제책이 필요하겠지만, 지금은 인위적으로 꺾을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재영 redfoot@donga.com·천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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