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영일·경제부
최근 만난 민간연구소의 한 연구원은 주요 경제현안에 대한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불명확한 메시지가 시장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국책연구기관과 다른 정부 부처, 심지어 기재부 일각에서도 비슷한 불만이 나온다.
이런 반응은 유 부총리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 부동산 대책이 대표적이다. 유 부총리는 1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전국적으로 (부동산 가격) 상승이 나타난다면 투기과열지구 지정을 포함해 살펴봐야겠지만 현재는 그렇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서울 강남권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하라는 요구에는 “당분간 부동산 가격이 엄청나게 오를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조율되지 않은 사안을 꺼냈다가 주무부처가 이를 부인하는 촌극도 있었다. 유 부총리는 13일 국회 기재위 국감에서 “8·25 가계부채 대책 효과를 살펴본 뒤 문제가 있다면 총부채상환비율(DTI) 조정이나 집단대출 가이드라인 등을 포함한 대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18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감에서 “DTI 강화에 대해서는 검토한 바 없다”고 답변해 유 부총리를 머쓱하게 했다. 이달 초에는 기준금리 인하를 놓고 갈팡질팡 행보를 보여 한국은행과 불필요한 갈등을 빚기도 했다.
유 부총리가 일관성을 유지하는 부분도 있다. 국내외 기관들이 올해 성장률에 대해 비관적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2.8% 성장률 달성이 가능하다”는 낙관론을 굽히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목표 달성 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각론은 보이질 않는다.
지금 한국경제에는 기업 구조조정, 고용대란 등 현안이 산적해 있다. 국민이 경제사령탑에게 기대하는 것은 위기를 돌파할 리더십이지 불명확한 메시지와 오락가락 행보는 아니다.
세종=손영일·경제부 scud2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