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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드림]실습위주 교육 1년… “창업의 꿈 착착”

입력 | 2016-10-19 03:00:00

대우세계경영硏 ‘태국 취-창업과정’
예비사업가 29명의 취업도전기




대우세계경영연구회의 ‘글로벌청년사업가양성(태국) 취·창업 과정’에 참여 중인 나혜정 씨(왼쪽)와 김상남 씨가 현재 교육을 받고 있는 태국 랑싯 시내에서 포즈를 취했다. 이들은 태국을 기반으로 사업을 벌이겠다는 꿈을 키워 가고 있다. 대우세계경영연구회 제공

 나혜정 씨(25·여)는 지난해 취업 준비로 고된 나날을 보냈다. 입사하고 싶은 곳은 은행. 높은 연봉을 받는 안정된 직장인이 되고자 했다. 1학년 때부터 취업 준비 모임을 갖고 모의 면접도 수차례 볼 정도로 열심히 준비해왔다. 그러다 문득 ‘은행원이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인지’ 의문이 들었다. 원래 그가 은행에 들어가고 싶어 한 이유는 꽤 멋졌다. 돈이 없어서 꿈을 펼치지 못하는 사람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마음으로 은행 입사를 준비했다.

 “어느 날 돌아보니 처음의 목표는 사라졌더라고요. 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생각도 했고요. 무엇보다 그게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이면 준비하는 과정도 즐거워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어요. 마냥 힘들고 이 시간이 빨리 끝나기만을 바랐죠.”

 방황하던 나 씨는 신문기사를 통해 대우세계경영연구회에서 운영하는 ‘글로벌청년사업가양성(태국) 취·창업 과정’에 대해 알게 됐다. 태국에서 일할 수 있도록 태국어 학습을 포함해 다양한 교육을 1년 동안 받는 과정이었다. 대우세계경영연구회는 옛 대우그룹 임직원들이 미래 인재를 육성해 경제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목적으로 2009년 설립했다. 나 씨는 “대학 1학년 때 태국 여행을 갔는데, 태국 사람들이 너무 좋았고 또 오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을 갖고 있었다”며 “지금 도전하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아 이 과정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5월부터 시작된 교육은 4개월간 국내 교육을 마치고 현재는 태국 현지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 싹 틔운 청년사업가의 꿈

 나 씨는 바뀌었다. 무엇보다 작년과는 달리 매 순간이 즐겁다. 이유를 묻자 “꿈을 이루기 위해 공부하고 연구하는 시간이 행복하다. 지금은 잃어버렸던 자신감을 찾아가는 시간이기도 해 더욱 즐겁다”고 말했다.

 9월부터 태국 방콕 근교 도시인 랑싯에서 진행 중인 현지 교육은 우선 어학 학습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주말에는 편의점 등 현지 유통 매장에 가서 시장조사를 하는 것 같은 각종 미션을 수행해야 한다. 나 씨와 함께 교육을 받는 학생은 29명. 원래 30명이 선발됐지만 빡빡한 교육 프로그램을 견디지 못하고 1명은 태국에 오기 전 포기했다.

 태국 현지 교육은 내년 3월까지 이뤄진다. 교육을 마치면 나 씨는 우선 태국에 진출한 국내 홈쇼핑 업체에서 일할 계획이다. 한국과 태국의 유통에 대해 모두 배울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는 “홈쇼핑을 통해 한국 중소기업 제품을 알려 한국 경제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도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나 씨와 함께 교육을 받고 있는 김상남 씨(30)도 태국에서 사업을 하는 것이 목표다. 김 씨는 지난해까지 약 2년 동안 필리핀에서 각종 사업을 했을 정도로 일찌감치 사업가의 꿈을 가졌다. 필리핀에서 그가 뛰어든 것은 식당 커피숍 헬스장 등을 운영하는 소매업이었다. 하지만 필리핀 정부는 소매업에 대해 외국인의 지분 참여를 제한하는 등 외국인의 소매업 진출을 반기지 않았다. 한계를 느낀 김 씨는 태국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번엔 소매업이 아닌 제조업에서 사업가의 꿈을 펼쳐볼 계획이다. 김 씨는 “동남아 국가들은 외국인의 소매업 진출은 제한하지만 제조업에 대해서는 진출을 적극 지원한다”며 “동남아 허브 국가인 태국에서 만든 물건을 주변 국가에 수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 중소기업 현장 실습으로 꿈 다져

 나 씨와 김 씨 모두 국내 중소기업에서 현장 실습을 한 것이 사업가의 꿈을 다져가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이들은 태국에 가기 전인 8월 한 달 동안 세코닉스라는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카메라 렌즈를 만드는 회사에서 직무실습 교육을 받았다. 교육의 절반은 렌즈를 일일이 검사하는 현장근로 부문에서 일했다. 나머지 절반은 현장 근로자들을 감독하는 관리자 역할을 했다.

 나 씨는 “현장 근로자와 관리자의 생각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봤다. 둘 간의 의사소통이 중요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업을 하려면 조직 내 의사소통을 조율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덧붙였다.

 김 씨에게는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동남아 출신 근로자들과 함께 일한 게 큰 도움이 됐다. 김 씨는 “나중에 태국 현지에서 공장을 운영할 때 현지 근로자들과 많이 일할 수밖에 없는데 그들의 역할과 고충을 알 수 있어 유익했다”고 말했다.

 대우세계경영연구회의 글로벌 청년 사업가 과정은 올해 1기 과정이 진행 중인 태국 외에도 베트남 미얀마 인도네시아 과정이 있다. 교육 프로그램에 중소기업 현장 실습이 들어간 것은 태국 과정이 처음이다. 이원석 대우세계경영연구회 태국팀장은 “제조 공장에서 일해 본 현장 경험은 사업가로서의 자세를 키워주고 나중에 실제로 일할 때 다른 사람들과 어떻게 어울려야 하는지 깨닫는 데 도움을 준다”며 “이러한 현장 실습 교육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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