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버스-트럭 의무장치 불법해제… 경찰 최근 석달간 3317대 적발 비용 10만원… 20분이면 고삐풀린 車… “시간이 돈”… 운수업체들 감독 뒷전
고삐 풀린 대형 차량들의 폭주가 도로 위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빡빡한 운행 스케줄에 생계형 운전사라는 이유로 이들의 무법 질주는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 현행법상 대형 버스는 시속 110km, 3.5t 이상 화물차는 시속 90km를 넘을 수 없도록 속도제한장치를 설치해야 하지만 운전사들은 이를 무력화하고 과속을 일삼고 있다.
18일 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속도제한장치를 해제하고 버젓이 차량 검사를 받다가 적발된 대형 차량이 올 들어 973대(9월 말 현재)에 이른다. 이미 2015년 한 해 동안 적발된 규모(472대)의 두 배를 넘었다. 이와 별도로 경찰은 올 7월부터 9월 말까지 집중 단속을 벌여 속도제한장치를 해제한 버스와 화물차 3317대를 적발했다.
문제는 단속이나 검사 때 걸러지지 않은 불법 개조 차량이 훨씬 많다는 것이다. 감사원이 지난달 발표한 ‘국민 안전 위협 요소 대응·관리 실태’ 감사 결과를 보면 2011년부터 올 4월까지 3.5t 이상 화물차 2만9606대가 시속 90km 이상으로 주행하다가 적발됐다.
속도제한장치 해제는 시간이 돈인 사업용 차량 운전사들에게 달콤한 유혹이다. 차량 검사소 주변에선 ‘엔진 출력 증강’ 등이 적힌 광고지를 쉽게 볼 수 있다. 10만 원만 주면 20분 만에 장치를 해제할 수 있다. 관리 감독 의무가 있는 운수업체들은 뒷짐만 지고 있다. 인천의 한 전세버스 회사 관계자는 “차량 검사 때만 원상 복구했다가 다시 푸는 운전사들이 꽤 있다”며 “최근 단속이 심해져 조심하라고 당부는 하지만 일일이 확인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10명이 숨진 경부고속도로 관광버스 참사가 일어난 지점도 제한속도가 시속 80km였지만 운전사는 20km 이상 초과해 달렸다. 경찰은 회사나 운전사가 사고 버스의 속도제한장치를 해제했는지 조사 중이다.
박성민 min@donga.com / 광주=이형주 / 울산=정재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