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위의 북핵 대응전략 바꾸자]<3> 미중에 의존한 한국 외교와 국방의 그늘 흔들리는 대북공조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9월 3일 중국 전승절 70주년 기념행사장에 입장하며 시진핑 국가주석과 부인 펑리위안 여사의 영접을 받고 있다. 당시 미국 일본 등 우방의 정상들은 참석하지 않은 가운데 중국을 방문해 톈안먼 성루 외교를 벌였지만 중국은 북핵 문제 해결에는 실질적인 협력을 하지 않고 있다. 동아일보DB
아산정책연구원이 18일 동아일보에 제공한 미국 싱크탱크 국방문제연구센터(C4ADS)의 분석에 따르면 중국의 해관(세관) 문서에는 2년 동안 38만3219달러(약 4억2800만 원) 규모의 이중용도 품목이 북한에 수출된 사실이 기록돼 있다. ‘판지바(Panjiva)’ 프로그램으로 찾아낸 이 자료에는 훙샹(鴻祥)그룹이 2014년 9월, 2015년 9월 각각 23만5229달러, 1만7990달러어치의 산화알루미늄(Al₂O₃), 이산화규소(실리카·SiO₂) 등을 북한에 수출했다고 돼 있다. 핵무기 제작에 필수적인 특수 알루미늄이 북한으로 흘러들어 간다는 사실을 중국 세관이 알고도 눈감아 준 것이다. 수출을 막지 못했다면 사후에라도 적발해 중국에 추적을 요구했어야 하지만 이 역시 이뤄지지 않았다. “민간 기관도 찾아내는 자료를 어째서 한국 정부는 모르고 있었나”라는 지적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동아일보가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국내외 전문가들은 북핵 저지 실패의 원인으로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 개발 의지를 과소평가했고 대응 방식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북핵을 저지하기 위해서는 중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제재 동참 등 국제 공조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한국 정부가 국제 공조를 끌어내기 위한 노력을 충실히 해왔는지 의구심이 제기된다. 북한의 핵 위협은 20년이 넘도록 질주해 왔지만 한국은 미국, 중국을 쳐다보며 느림보로 대응해 왔을 뿐이다.
특히 중국은 한 번도 제때 제출한 적이 없다. 이행보고서는 제재 채택 3개월 시점에 제출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기한 내 제출한 국가는 한국을 포함해 2006년 14개국, 2009년 15개국, 2013년 8개국, 2016년 18개국에 불과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톈안먼 성루 외교 등이 각광을 받긴 했지만 실질적인 중국의 협력을 끌어내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북한의 5차 핵실험(9월 9일) 이후 추가 대북제재 논의가 시급하지만 중국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를 이유로 비협조 태도를 유지 중이다.
○ 북핵 능력은 국제 기준으로도 위협적
백승주 새누리당 의원(전 국방부 차관)은 “한 국가의 군사력을 평가하는 방법은 ‘복어형’과 ‘빙산형’이 있다. 북한은 실제보다 능력을 부풀리는 전형적인 복어형”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과도한 핵 기술 공개가 이런 모습에 해당하지만, 핵무장에 필요한 핵폭탄과 미사일(운반 수단)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둔 것도 사실이다.
북한 미사일 역시 위협적이다.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는 “사거리 300km, 탄두 중량 500kg을 초과하는 기술은 핵무기 운반 시스템”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기준대로라면 북한은 핵미사일 능력도 사실상 확보한 셈이다. 실전 배치된 노동미사일만 해도 중량 1t 탄두를 사거리 1000km까지 날릴 수 있다.
북한의 핵무장이 실질적 위협이라는 사실은 미국의 반응으로도 알 수 있다. 미국은 2013년 2월 3차 북핵 실험 이후인 그해 9월 로버트 킹 북한인권특사를 북한에 보내 직접 교섭까지 하려고 했다. 하지만 올해는 금융 제재를 비롯해 인권 문제 제기, 외교관계 격하 등과 함께 “핵 도발을 하면 김정은은 죽을 것”(대니얼 러셀 미 국무부 차관보)이라는 원색적인 표현까지 등장했다. 외교 당국자는 “미국이 확장 억제를 통해 한국에 ‘핵우산과 재래식 무기 등 모든 옵션을 제공하겠다’고 강조하는 것 자체가 북핵이 자신들에게 위협이 되고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