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내전에 부모 잃은 15세 소년, 또래 중학생들에 국내 첫 난민교육
올해 1월 시리아에서 탈출해 한국에서 난민 신청을 한 라바니에 무함마드 라미 군(앞)이 자신이 다니는 서울 동작구 영등포중학교에서 친구들에게 직접 난민 교육을 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2011년 3월 내전 발발 이후 30만여 명이 사망한 시리아에서 올해 초 강제 징집을 피해 탈출한 라미 군은 지난달 서울 동작구 영등포중학교 1학년에 입학했다. 그리고 이날 난민지원단체 ‘피난처’와 ‘세이브더칠드런’이 학령기 난민의 한국 정착을 돕기 위해 마련한 난민교육 프로그램에 자원했다. 난민 학생이 직접 또래 학생에게 난민 교육을 한 건 처음이다. 라미 군이 아랍어와 서툰 한국어로 발표한 내용은 그의 어투로, 같은 반 친구 20명이 써 준 쪽지는 편지 형식으로 전한다.
○ 라미 이야기
올해 1월 기적이 일어났어요. 한국에서 결혼해 가정을 꾸린 친형이 시리아 탈출을 도울 브로커를 고용해 저를 한국으로 데려오기로 한 거예요. 택시에 숨어 전쟁터로 변한 시리아와 레바논의 국경을 지날 때의 긴장감을 아직도 잊을 수 없어요. 간신히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해 난민 신청을 한 뒤 지금은 법무부의 심사를 기다리며 학교에 다니게 됐어요.
제가 가진 물건 중 가장 소중한 건 지금 제가 입고 있는 교복이에요. 조끼와 넥타이가 멋있어요. 시리아에서 다니던 초등학교는 폭격에 무너졌고, 병사들이 어린아이를 납치해 몸값을 요구하는 일이 잦아 중학교 입학은 꿈도 못 꿨거든요. 한국어를 잘 알아듣진 못하지만 도덕 시간이 제일 좋아요. 장래 희망은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 나오는 송중기 같은 배우가 되는 거예요. 어머니의 꿈도 배우였거든요. 기회가 된다면 연극 수업을 듣고 싶어요.
저는 난민 심사에서 떨어지면 다시 시리아로 돌아가야 해요. 그 전까진 최대한 많은 친구와 친해지고 한국어도 배우고 싶어요. 폭탄 소리가 들리지 않는 곳에서 잠들 수 있다는 게 너무 행복해요.
○ 한국 친구의 답장
○ 18명 중 1명꼴로 난민 인정
법무부는 이르면 올해 안으로 라미 군의 난민 인정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지만 결과는 불투명하다. 1994년부터 올해 8월까지 심사가 종료된 1만476명 중 601명(5.7%)만 난민으로 인정됐다. 판정까지 걸리는 기간은 평균 2년 6개월. 이 기간에 대다수 난민 어린이와 청소년은 교육 사각지대에 방치된다. ‘피난처’ 관계자는 “난민 어린이들은 초등학교와 중학교 의무교육 대상이지만 일선 학교가 입학에 난색을 보이는 사례가 잦다”며 “정부가 학령기 난민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