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지상주의 조장하는 방송
○ 날씨와 엉덩이 보형물
‘질투의 화신’에서 기상캐스터 표나리(공효진)는 엉덩이와 가슴을 부각하기 위해 몸을 한껏 내밀고 날씨 뉴스를 진행한다. 이 장면은 기상캐스터를 비하한다며 인터넷에서 논란이 됐다. SBS 제공
‘엉덩이가 커지면 비라도 온단 말이냐!’ 놀란 에이전트들, 황급히 TV 채널을 돌렸다. 뉴스와 스포츠, 게임채널 할 것 없이 여기에 출연하는 여성 방송인들은 남성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화려한 외모와 복장이 먼저 눈에 띄는 게 현실이다.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엔 여성 방송인들의 복장과 외모를 노골적으로 ‘품평’하는 글이 자주 올라온다. 게임채널의 한 캐스터를 두고는 ‘가슴이 파인 복장을 입어 오늘 1위를 준다’ ‘가슴만 봐서 방송 내용은 하나도 모르겠다’는 후기 글을 남기는 식이다.
백미숙 서울대 기초교육원 교수는 이런 현상에 우려를 표했다. “과거엔 김동완 기상통보관처럼 나이 지긋한 남성이 날씨를 예보하기도 했는데, 이제는 상상할 수 없게 됐죠. 뉴스 보도 역시 외국에선 50대 여성들이 메인뉴스 앵커를 맡거나 동년배의 남성 앵커와 짝을 이뤄 방송을 하지만 국내에선 찾아보기 힘든 일이죠.”
○ 첩첩산중 외모지상주의
영국 BBC에서 정오 뉴스를 진행한 제임스 패트리지(맨위쪽 사진)는 18세 때 교통사고로 얼굴에 심한 화상을 입었다. 또 BBC ‘노스웨스트 투나이트’의 기상캐스터 루시 마틴은 오른팔 일부가 없다. 구글 화면 캡처
이게 지구적인 현상이란 말인가…. 절망한 에이전트들에게 최근 화제가 된 동영상 하나가 도착했다.
영국 BBC 지역방송인 ‘BBC 노스웨스트 투나이트’에서 5월부터 기상캐스터를 맡고 있는 루시 마틴의 예보였다. 그가 다른 캐스터들과 다른 점은 오른쪽 팔꿈치 아랫 부분이 없다는 점이다. 수수한 의상을 입은 그는 능숙하게 날씨 소식을 전했다.
“저도 인상적이었어요. 하지만 우리나라 방송에서 미모가 중요치 않다는 건 그저 이론이에요. 우리 방송에 루시 마틴 같은 분이 기상캐스터로 나온다면 사람들 반응이 과연 어떨까요? 외계인은 누구인 걸까요?”(다음 회에 계속)
장선희 sun10@donga.com·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