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위의 북핵 대응전략 바꾸자]<4>핵 불감증 키운 오락가락 대북 둔감해진 시민들
19일 동아일보 취재팀은 5차 핵실험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과 인식을 살펴보기 위해 5차 핵실험이 있었던 9일과 10일 주요 포털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에 달린 댓글 4만여 개를 수집해 분석했다. 이번 분석은 기사가 다룬 내용을 중심으로 ‘단순 정보 전달’ ‘국내 상황 변화’ ‘실험 이후 북한의 반응’ ‘대통령의 관련 언급’ 등 6개로 분류한 뒤 각 기사의 댓글을 분석하는 오피니언 마이닝(Opinion Mining) 기법으로 진행됐다. 그나마 5차 핵실험이 다른 실험보다 짧은 기간을 두고 이뤄지면서 위협과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이 늘기는 했지만 핵 위기 자체에는 여전히 무감각한 모습이었다.
○ 두려움은 느끼지만 대비 목소리는 없어
반면 ‘차분함(안보 등)’을 드러낸 표현의 비중은 거의 없었다(1.1%). 5차 핵실험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한 감정이 담겼다고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다. 갤럽이 5차 핵실험 직후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76%가 ‘북핵이 위협적’이라고 답했다. 4차 핵실험 당시 같은 내용의 조사에서 나온 응답 비율은 61%였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북한으로부터 상시적인 위협에 놓여 있다 보니 익숙해진 측면이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람들이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북핵 위기에 어떤 식으로 행동해야 하는지 등을 차분히 논의하는 댓글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지난달 있었던 경주 지진과 관련된 주요 감정 언어 조사(9월 19일∼10월 19일)에서 ‘피해(1위·4만9342회)’와 ‘안전(2위·2만8492회)’ 등 개인의 안전을 이야기하는 단어가 많이 등장한 것과는 다른 반응이었다.
박인휘 이화여대 교수(국제학부)는 “5차 핵실험으로 위기의식은 고조되지만 내 생명이 위협을 받거나 내 재산이 큰 피해를 볼 것이라는 생각까지 연결이 안 되는 것”이라며 “또 다른 차원의 핵 불감증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 ‘북핵’을 정치 이슈로만 보는 사람들
전문가들은 북핵을 정치적으로만 해석하기 때문에 정작 필요한 대비를 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정 실장은 “핵 위협 가능성과 관계없이 지진과 화재처럼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한 매뉴얼이 갖춰져야 하는 등의 대비가 필요하다”며 “그런데 정부는 제대로 훈련도 하질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영수 서강대 교수(정치외교학)는 “핵이 언급되는 일이 너무 잦기 때문에 핵의 위협에 둔감해질 수밖에 없다”며 “불감증이 민감증으로 바뀌어서도 안 되지만 안보라는 기본적인 차원에서 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기범 kaki@donga.com·홍정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