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서울 강북구 혜화여고에서 열린 ‘ 주 제 가있는 디베이트 교실’에서 학생들이 토론하는 모습. 혜화여고 제공
김신영 혜화여고 2학년
이 시간은 혜화여고에서 2015년부터 실시하고 있는 토론 수업이다. 학생들이 직접 사회문제와 관련된 원인과 현상을 알아보고, 선생님의 교과 융합 수업을 들은 뒤 주체적으로 토론하고 발표하는 프로그램이다.
보통 교실에선 시무룩하고 무기력한 표정을 하는 학생이 많다. 수업 시간엔 선생님이 주체가 되고 학생들은 그저 필기하기에 바쁘다. 또 자신에게 유리한 과목만 가려 가며 수업을 듣는다. 친구를 경쟁자로 삼아 하루하루를 힘들게 살아간다.
이 수업 과정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동안 내가 생각하는 수업은 선생님 한 분이 교실에 들어와서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디베이트 교실에서는 과목이 다른 선생님 두 분이 들어오셔서 수업을 한다. 사회문제에 대한 다양한 면을 서로 다른 시각에서 설명하고, 심층적으로 생각할 수 있도록 돕는다. 두 과목 선생님이 교과 융합 수업을 함으로써, 학생들은 한 가지 사회문제를 여러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어 생각의 폭을 넓힐 수 있었다.
디베이트 수업에서 학생들은 토론을 위해 주어진 시간 내에 친구들과 팀을 꾸려 정보를 수집한다. 컴퓨터를 통해 자신들의 의견을 뒷받침할 수 있는 자료를 찾고, 친구들과 생각을 나누고 소통한다. 이를 통해 지식을 확장할 수도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디베이트 수업은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라는 책을 중심으로 진행했던 시간이다. 기아 발생의 원인 등을 배우고 책을 기반으로 ‘생명을 선별할 수 있는가’라는 주제로 토론했다. 재난이 발생하면 살아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큰 아이들을 선별해서 먼저 치료해야 하는지, 생명에는 귀천이 없으니 모든 아이들을 치료해야 하는지 토론을 통해 많은 고민을 하고 친구들과 생각을 나눌 수 있었다. 토론에는 별다른 제약이 없어서 무궁무진한 이야기들이 쏟아졌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는 답을 찾아가고 또 새로운 질문을 만들어 낸다.
다른 학교에 다니는 친구들이 사교육에 의존해 토론·논술 수업을 듣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디베이트 교실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학생들과 함께 토론하고 연구하는 선생님들이 떠오른다. ‘이제 바나나를 못 먹는다고요?’라는 주제의 디베이트 교실에서는 또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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