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이 희망이다]창업가 키우는 글로벌 공대
○ 그냥 창업이 아니라 ‘혁신 창업’
창업의 요람 매사추세츠공과대(MIT)의 ‘마틴 트러스트 창업가센터’는 혁신창업 허브로 학생, 동문, 교수들이 창업의 기초기지로 활용한다. 창업 아이디어와 관련 연락처 등을 낙서처럼 적어 놓은 노란 벽면이 인상적이다. 케임브리지(매사추세츠 주)=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MIT 창업의 또 다른 특징은 ‘바로 지금 시작하라’는 것이다. 학기 초 창업가센터에서 열리는 ‘t=0(The Time Is Now)’ 프로그램은 ‘혁신창업 DNA를 하루라도 빨리 체득하라’는 취지로 기획된 행사다. 전자 기계 바이오 경영 디자인 등 다양한 전공자들과 교수, 투자자들이 모여 혁신과 창업에 대한 자유로운 아이디어를 나누고 사업 파트너까지 물색할 수 있는 기회다. MIT의 대표적 창업경진대회인 ‘10만 달러 비즈니스’에는 해마다 1000명이 넘는 학생이 참가한다.
○ 365일 24시간 잠들지 않는 ‘창업가센터’
MIT의 ‘마틴 트러스트 창업가센터’는 창업 관련 프로그램의 허브 역할을 한다. 1년 365일 24시간 운영하면서 창업 관련 강의와 △각종 경진대회 △스타트업 기업과의 연계 △대기업의 협찬 유치 △창업 동문들과의 네트워킹 등을 주관한다. 망치나 절단기 같은 공구부터 고액의 3차원(3D) 프린터까지 다양한 기계설비를 갖춘 실험실도 있다.
창업가센터는 카페처럼 자유롭고 밝은 분위기였다. 학생들이 무료로 이용하는 커피머신 뒤쪽 벽면엔 ‘기회를 기다리지 말라. 기회를 창조하라. 오늘을 놀라운 날로 만들어라’라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MIT 특유의 ‘바로 지금’ 창업정신을 강조한 것이다.
이 센터가 지난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MIT 졸업생들이 세운 벤처기업 중 현재 운영 중인 기업은 3만 개가 넘고, 이 기업들이 창출한 일자리는 총 460만 개, 연간 매출은 1조9000억 달러(약 2147조 원)에 이른다.
○ 모든 공학도가 로봇 만드는 이유
MIT의 수업 방식이 궁금해 기계공학과 1학년 교양수업을 담당하는 돈 웬들 박사(33)를 만났다. 웬들 박사는 책상 위에 소형 전자증폭기와 구리선, 일회용 컵을 놓고 설명했다. “MIT에 들어오는 학생들은 대부분 올A 학점을 받는 우등생이다. 하지만 공학의 원리가 실생활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를 경험해 볼 기회는 많지 않다. 첫 수업시간에 이런 사소한 장치들을 통해 스피커가 어떻게 작동되는지를 느끼게 한다. 그래야 내가 배우는 지식이 사회에서 어떻게 쓰일 수 있는지를 늘 생각하게 된다.”
이 학과 대학원생인 댄 도시 씨(26)는 “MIT 공학도라면 누구나 로봇 만들기 과제를 한다. 학생들 중엔 전문가 수준의 로봇 마니아도 있고, 로봇 문외한도 있지만 이 과제를 불평등하다고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유에 대해 웬들 박사는 “로봇을 잘 만들었는지만 보는 게 아니라 ‘그 과정에서 무엇을 배웠느냐’를 평가하기 때문”이라며 “초보 학생들이 로봇 만들기에 실패해 풀이 죽어 있으면 ‘실패를 통해 뭘 배웠고, 다음엔 어떤 시도를 할 것이냐’고 묻는다”고 설명했다.
케임브리지(매사추세츠 주)=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