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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은 ‘스펙 쌓기’용 아닌 창업 위한 場”

입력 | 2016-10-20 03:00:00

MIT의 한국인들이 말하는 ‘그들의 문화’




MIT에서 만난 ‘한국의 영재’들은 MIT에 대한 자부심과, 그와 비교되는 한국 대학에 대한 아쉬움을 동시에 토로했다. 왼쪽부터 공대 박사과정의 최경용 씨, 박사후과정의 류현렬 김민석 박사. 케임브리지(매사추세츠 주)=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이곳에서 공부하다 보면 ‘세상의 모든 문제가 모이고, 그 해결도 이뤄지는 집중화된 허브(중심)에 있구나’ 하는 느낌이 든다.”

 MIT 내 전자공학연구실험실에 근무하는 박사후 과정의 김민석(31·전남대), 류현렬 박사(30·서울대)와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최경용 씨(28·KAIST 석사)에게 “왜 MIT로 유학 왔느냐”고 묻자 이같이 답했다. 이들은 요즘 한 팀을 이뤄 ‘병원 응급실에 들어온 사람이 단순한 감기 환자인지, 심각한 유행성 질환자인지를 빠르고 효과적으로 진단해 내는 시스템 개발’을 산학연 공동작업으로 진행하고 있다.

 류 박사는 “한국의 산학연 협업은 사실상 학교가 모든 걸 다 하고 기업과 연구소는 투자만 결정하는 형태지만 MIT에선 학교에서 창의적 아이디어를 만들고, 연구소가 심화시키고, 기업이 상업화 방법을 접목하는 분업과 융합이 조화롭게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김 박사는 공모전 문화의 차이를 소개했다. “한국에서는 대기업이 공모전을 주최하고 출품된 아이디어에 대한 권리도 갖는 경우가 많다. 공모전은 학생들의 ‘스펙 쌓기’용 성격이 짙다. MIT 내 다양한 공모전의 주최자는 투자자들이다. ‘아이디어만 좋으면 투자할 테니 바로 창업하라’는 취지로 열린다.”

 석사 과정을 마치고 삼성전자에서 3년간 근무하다 다시 학교로 돌아온 최 씨는 “MIT에는 창업설명회나 스타트업 인턴십 기회 등이 많고, 창업 교육 프로그램이 다양하면서 충실하다”며 “한국에선 창업이 낯설고 위험한 도전인데 MIT 학생들에겐 친숙하고 해볼 만한 도전”이라고 말했다. 

 다른 한국인 유학생들도 ‘문화적 차이’를 느낀다고 전했다. 재료공학과 석박사 통합 과정의 문준상 씨(27·서울대)는 “미국에선 창업하다가 실패해도 그 경험을 발판으로 도전할 수 있는 다른 기회가 많다”고 말했다. 같은 과정의 이해연 씨(24·여·KAIST 석사)도 “나는 실수를 많이 하는 편이어서 1년에 한 번만 보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안 보고 대학에 가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고 털어놨다. 한국 사회는 실수나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이 씨는 한미 양국 학생들의 삶을 돌탑에 비유했다.

 “한국 학생들의 돌탑은 돌멩이 위에 다시 돌멩이를 올리는 방식으로 쌓기 때문에 빨리 올라가지만 한번 삐끗하면 와르르 무너진다. 미국 학생들의 돌탑은 무더기로 넓게 쌓아서 시간은 더 걸리지만 한 번에 무너질 일은 결코 없다.”

케임브리지(매사추세츠 주)=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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