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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사망률 4년만에 줄어… ‘착한 식단’이 일등공신

입력 | 2016-10-21 03:00:00

덜 짜고 덜 맵게… 조기발견도 한몫
위암사망률 10년새 26% 감소… 유방암-자궁암은 전년比 소폭 상승




 김모 씨(64·경기 하남시)는 2011년 퇴직을 앞두고 건강검진에서 위암 초기 진단을 받았다. 다행히 암 크기가 작아 복강경 수술을 받았다. 수술 후 5년간 암이 재발하지 않아 올해 2월 완치 판정을 받은 김 씨는 집 근처 복지관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새 인생을 살고 있다. 김병식 서울아산병원 위장관외과 교수는 “위암은 초기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병을 키우는 일이 많지만 조기에 발견하면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암을 조기에 발견해 치료받는 환자가 늘면서 지난해 암 사망률(인구 10만 명당 사망자 수)이 4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1년 142.8명 이후 2014년(150.9명)까지 줄곧 상승한 암 사망률이 지난해 150.8명으로 소폭 줄었다. 암 사망률은 1998년 이후 2011년 한 해를 제외하곤 상승세를 멈춘 적이 없다. 이는 위암 사망률이 대폭 줄어든 데 따른 것이다. 위암 사망률은 2005년 22.5명에서 2014년 17.6명으로 줄었고, 지난해에도 16.7명으로 전년 대비 4.7% 줄었다.

 전문가들은 덜 짜고 덜 맵게 먹는 순한 식단을 ‘1등 공신’으로 꼽는다. 자극적인 음식을 오래 먹으면 위 점막이 위축되는 등 위에 손상을 주고 또 위산이 줄면서 위암을 일으키는 헬리코박터와 같은 세균이 잘 번식하기 때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한국인의 1일 평균 나트륨 섭취량은 2010년 4878mg에서 2014년 3890mg으로 줄었다. 냉장고 보급으로 소금을 덜 먹고 과일을 더 먹어 위암 사망률이 줄었다는 서울대 의대의 연구 결과도 있다.

 또 다른 원인은 암 조기 발견 환자가 증가한 것. 국립암센터에 따르면 정부와 건강보험공단이 제공하는 국가 검진과 개인 검진을 합한 암 검진 수검률은 2011년 56.1%에서 지난해 65.8%로 높아졌다. 위암 수검률은 2002년 40%에서 지난해 74.8%로 크게 상승했다.

 반면 대표적인 여성암인 유방암, 자궁암 사망률은 전년보다 각각 0.1명씩 높아졌다. 이는 야근과 장시간 노동 등 여성의 근로 조건이 악화되고 빠른 초경과 늦은 출산 등으로 인해 암 위험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유방, 자궁암은 국가 검진 대상이지만 수검률이 각각 61.2%, 65.6%로 미국 영국 등 선진국보다 10%포인트 이상 낮다.

 특히 폐암 사망률은 34.1명으로 전년보다 0.3명 줄었지만 여전히 암 중에 가장 높다. 2위(간암 22.2명)와의 격차도 크다. 조기 진단이 어렵고 예후가 나쁘기 때문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내년부터 폐암 고위험군에게 검진비가 지원되는 점, 수술 후 5년간 생존한 환자 비율이 2001∼2006년 58.5%에서 2007∼2011년 65.3%로 증가한 점 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김열 국립암센터 암관리사업부장은 “암세포를 초기에 찾아내 없애는 정밀치료 기술과 맞춤형 치료 등이 발달하면 사망률이 더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조건희 becom@donga.com·임현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