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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확장억제전략협의체’ 신설 의미는

입력 | 2016-10-21 03:00:00

[머리 위의 북핵 대응전략 바꾸자]임기말 오바마 구체적 방위정책 한계
美차기정부와 논의 이어갈 토대 마련
NATO 지향하지만 내용 불투명… 기존 안보협의체와 중복 우려도




 한미 양국이 20일 미국 워싱턴에서 한미 외교·국방장관(2+2) 회의를 열고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를 만들기로 합의한 것은 차기 미국 행정부가 들어서더라도 확장억제를 논의할 제도적 틀을 만들었다는 의미가 있다. 정부 관계자는 “대선을 20여 일, 임기는 3개월 남겨놓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한국에 어떤 안보 공약을 하더라도 이를 실행할 동력을 유지하기 어렵다”며 “한미 협의체를 만들어놓음으로써 도널드 트럼프, 힐러리 클린턴 중 누가 당선돼도 논의를 이어갈 수 있는 토대가 생겼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내용은 앞으로 채워가야 한다.

 EDSCG는 양국 외교·국방차관급이 주관한다는 점만 공개된 상태다. 한미 국방장관 협의체인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보다는 급이 낮고 차관보급인 한미 통합국방협의체(KIDD)보다는 높다. 자칫 역할이 기존 협의체와 중복돼 차별화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협의체가 어디까지 논의할 수 있을지 앞으로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핵무기의 운용 방침을 공유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핵계획그룹(NPG)과 같은 형태인지도 불분명하다. 이 당국자는 “나토와 유사하다기보다 잘된 모델인 나토 방향으로 가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토와 달리 전술 핵무기가 배치돼 있지 않은 한국에 똑같은 방식을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번 2+2 회의는 2010년 첫 회의 개최 이후 네 번째다. 외교부는 “2+2 회의는 미국이 호주, 일본 등 핵심 동맹국과만 운영하는 협의체로 한미 글로벌 전략 동맹을 강화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은 한미 2+2 회의를 정례화로 못 박는 것에는 반대하고 있다. 그동안 다행히도 2년마다 개최돼 정례적 성격을 가졌을 뿐이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2+2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북한과 정상적으로 거래하는 중국의 기업과 개인을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에 대해 “미국과 동맹의 (대북) 옵션 테이블에서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 지난달 5차 북핵 실험 이후 추가 대북제재 결의와 관련해 “민생목적용 북한 석탄 거래 차단 등 대북 제재를 대폭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며 “최후의 수단인 군사적 선택보다는 제재상의 허점 차단을 우선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도 이날 모두발언에서 “최근 출범한 한미 북한 인권협의체는 북한 문제에 대한 총체적 접근을 효과적으로 전개해 나가기 위한 유용한 견인차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밝혔다. 윤 장관은 북한 인권협의체를 통해 △인권 침해 △해외 노동자 △대북 정보 유입 등 북한 문제를 아우르는 접근이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협의체의 1차 회의는 4일 외교부, 통일부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워싱턴에서 열렸다.

 한편 정부 고위 당국자는 2+2 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최근 제기되는 대북 선제타격론과 관련해 “미국 측에서 나오는 ‘가용한 모든 옵션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눈여겨보고 있다”고 말해 외교 압박과 군사 억제를 병행해 나갈 뜻임을 내비쳤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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