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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싸움 본격화… 국정원 공개 시사 이어 문재인측도 “메모 있다”

입력 | 2016-10-21 03:00:00

[송민순 회고록 파문]
‘국정원장, 회고록 동의했나’ 공방… 문재인 “이슈화하는 與 찌질한 정당”
핵심은 ‘싱가포르 쪽지’ 보유 여부… 野 “朴대통령 방북 기록도 공개를”
문재인측 “16일회의 기권결정 과정 메모”… 김만복 불참 주장 ‘회고록 흠집내기’




 이병호 국가정보원장의 19일 발언으로 ‘송민순 회고록’을 둘러싼 여야 공방이 더욱 격해졌다. 여전히 이 원장의 발언을 놓고 아전인수(我田引水) 공방이 벌어졌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20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송민순 회고록에) 사실이나 진실이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고 한 이 원장의 발언에 대해 “국정원장이 국감장에서 회고록에 대한 개인적 독후감만을 이야기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원장의 생각이 국정원의 공식 입장임을 강조한 것이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이날 서울 성북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을 방문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정원장의 발언을 보면 거기에 청와대와 정부까지도 가세하는 것 같다”며 “(이를 이슈화하는) 새누리당은 정말 찌질한 정당이라고 생각한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민주당 소속 정보위원회 위원들은 20일 “새누리당 정보위 간사인 이완영 의원은 이 원장의 말에 자신의 생각을 더해 완전 소설을 썼다”며 이 의원의 정보위원 사퇴를 요구했다. 이 의원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내가 ‘김만복 전 국정원장이 2007년 11월 18일에 북한에 의사를 확인해 보자고 제안한 게 맞죠?’라고 물으니 이 원장이 ‘예, 그렇습니다’라고 답했다”고 밝혔다. 이 원장이 직접 해당 발언을 하진 않았지만 자신의 물음에 긍정적으로 답변했다는 얘기다. 여야는 21일 당시 속기록을 열람해 이 원장의 정확한 발언 내용을 확인하기로 했다.

 속기록을 열람하더라도 이번 파문의 쟁점인 ‘북측과의 사전 논의’ 여부는 계속 의문으로 남는다. 결국 북측의 답신이 담겼다는 이른바 ‘싱가포르 쪽지’를 국정원이 갖고 있는지와 이를 공개할지가 핵심이다. 이 원장은 “관련 자료가 있는지 확인 중”이라며 “국익에 도움이 된다면 추후 공개를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민주당은 자료 공개에 찬성하면서도 박근혜 대통령의 2002년 방북 당시 발언도 공개하라고 국정원을 압박하고 있다.

 문 전 대표 측은 뒤늦게 2007년 11월 16일 이미 북한 인권결의안에 기권을 결정한 관련 메모가 있다고 주장했다. 11월 18일 김만복 전 원장이 북한에 의사를 물어 기권한 게 아니라는 걸 입증할 자료를 갖고 있다는 얘기다. 문 전 대표의 대변인 격인 김경수 의원은 “16일 회의에 배석해 당시 상황을 메모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당시 메모를 근거로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 회고록과 달리 “김만복 국정원장은 없었고 윤병세 대통령통일외교안보정책수석(현 외교부 장관)이 참석했다”고 반박했다. 현 정부 인사를 ‘증인’으로 내세운 셈이다.

 김만복 전 원장은 이날 이병호 원장 발언에 “전직 원장이 현직 원장의 발언을 평가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말을 아꼈다. 송 전 장관은 외부와의 연락을 끊었다. 민주당은 이날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와 박명재 사무총장,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를 명예훼손 및 모욕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들은 문 전 대표를 두고 ‘북한과 내통 모의’ ‘반역자’라고 비판해 왔다.

이재명 egija@donga.com·한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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