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민순 회고록 파문] ‘국정원장, 회고록 동의했나’ 공방… 문재인 “이슈화하는 與 찌질한 정당” 핵심은 ‘싱가포르 쪽지’ 보유 여부… 野 “朴대통령 방북 기록도 공개를” 문재인측 “16일회의 기권결정 과정 메모”… 김만복 불참 주장 ‘회고록 흠집내기’
이병호 국가정보원장의 19일 발언으로 ‘송민순 회고록’을 둘러싼 여야 공방이 더욱 격해졌다. 여전히 이 원장의 발언을 놓고 아전인수(我田引水) 공방이 벌어졌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20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송민순 회고록에) 사실이나 진실이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고 한 이 원장의 발언에 대해 “국정원장이 국감장에서 회고록에 대한 개인적 독후감만을 이야기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원장의 생각이 국정원의 공식 입장임을 강조한 것이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이날 서울 성북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을 방문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정원장의 발언을 보면 거기에 청와대와 정부까지도 가세하는 것 같다”며 “(이를 이슈화하는) 새누리당은 정말 찌질한 정당이라고 생각한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민주당 소속 정보위원회 위원들은 20일 “새누리당 정보위 간사인 이완영 의원은 이 원장의 말에 자신의 생각을 더해 완전 소설을 썼다”며 이 의원의 정보위원 사퇴를 요구했다. 이 의원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내가 ‘김만복 전 국정원장이 2007년 11월 18일에 북한에 의사를 확인해 보자고 제안한 게 맞죠?’라고 물으니 이 원장이 ‘예, 그렇습니다’라고 답했다”고 밝혔다. 이 원장이 직접 해당 발언을 하진 않았지만 자신의 물음에 긍정적으로 답변했다는 얘기다. 여야는 21일 당시 속기록을 열람해 이 원장의 정확한 발언 내용을 확인하기로 했다.
문 전 대표 측은 뒤늦게 2007년 11월 16일 이미 북한 인권결의안에 기권을 결정한 관련 메모가 있다고 주장했다. 11월 18일 김만복 전 원장이 북한에 의사를 물어 기권한 게 아니라는 걸 입증할 자료를 갖고 있다는 얘기다. 문 전 대표의 대변인 격인 김경수 의원은 “16일 회의에 배석해 당시 상황을 메모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당시 메모를 근거로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 회고록과 달리 “김만복 국정원장은 없었고 윤병세 대통령통일외교안보정책수석(현 외교부 장관)이 참석했다”고 반박했다. 현 정부 인사를 ‘증인’으로 내세운 셈이다.
김만복 전 원장은 이날 이병호 원장 발언에 “전직 원장이 현직 원장의 발언을 평가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말을 아꼈다. 송 전 장관은 외부와의 연락을 끊었다. 민주당은 이날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와 박명재 사무총장,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를 명예훼손 및 모욕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들은 문 전 대표를 두고 ‘북한과 내통 모의’ ‘반역자’라고 비판해 왔다.
이재명 egija@donga.com·한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