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르-K스포츠 설립 경위 직접 밝혀 “작년 7월에도 문화융성 논의… 기업인들 동의해준건 감사한 일” ‘도 넘은 인신공격성 논란’ 우려도 野 “대통령 상세한 설명 이례적”
수석비서관 회의서 ‘두 재단’ 입장 밝혀 박근혜 대통령이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박 대통령은 “재단과 관련된 불법 행위가 있다면 누구든 엄정하게 처벌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박 대통령은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을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핵심 두 축으로 설정해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다”며 “민간이 앞장서고 정부는 지원하는 방식으로 이끌어가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2월 기업인들을 모신 자리에서 문화 체육에 대한 투자 확대를 부탁했다”며 “지난해 7월 창조경제혁신센터 지원 기업 대표를 초청한 행사에서도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의 융복합 필요성에 대해 논의했다”고 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나서고 기업들이 동의해 준 것은 감사한 일”이라고도 했다. 최 씨가 재단 설립을 주도했다는 의혹을 반박하기 위해 재단 설립 경위와 의도를 상세히 설명한 걸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기업인들과 소통”한 것이라고 표현했지만 세간의 인식과는 차이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실상 박 대통령이 두 재단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대변인은 “설립 배경에 대해 왜 대통령이 그렇게 상세히 설명해야 하는지 이례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며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요구했다.
박 대통령은 최 씨 관련 의혹이 점점 구체화되면서 상당히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최 씨의 딸 정유라 씨의 이화여대 입시와 학점 특혜 의혹이 불거지고 ‘막말 논란’까지 더해지면서 국민 정서를 자극하고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의 한 참모는 “청와대와 관련이 없다고는 해도 박 대통령과 친분이 있는 최 씨와 관련한 의혹이 커지고 여론이 나빠지면서 청와대 분위기는 무거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야당은 박 대통령의 발언이 미흡하다고 비판했다. 국민의당 손금주 수석대변인은 “낯 뜨거운 자화자찬과 도둑이 제 발 저린 식의 해명”이라며 “위기의 주범인 측근들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무작정 논란을 덮자는 발언은 국민과 국회를 우롱하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장택동 will71@donga.com·황형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