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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 톡톡]꺼져가는 흥정과 거래, 젊은 싱글족이 살려낸다

입력 | 2016-10-21 03:00:00


일러스트레이션 권기령 기자 beanoil@donga.com

《 대형마트와 홈쇼핑의 위협 속에서도 전통시장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습니다. 지난해 전국 전통시장을 찾은 고객은 전년보다 6.1% 증가한 1911만 명에 이릅니다. 시장에서 시민들을 만나 봤습니다. 》
 
 
SNS 이용한 마케팅도 한몫


 “요새 전통시장에 야시장 축제가 늘어나 젊은이들에게 인기예요. 저는 매주 금요일 저녁마다 서울 강동구 암사시장에서 열리는 야시장에 자주 가요. 시장 길을 따라 주점이 늘어서 있고, 푸드트럭에선 러시아 전통음식부터 태국 요리까지 이색 음식을 팔죠. 이국적인 모습에 호기심과 흥미를 갖게 돼요.”―조문희 씨(26·대학생) 

 “올 추석 전통시장에 명절 음식을 사러 갔는데, 퀵서비스로 집까지 물건을 배송 받았어요. 시장 차원에서 상인들의 의뢰를 받아 배달 전문 인력을 고용한 거죠. 집까지 장 본 음식들을 무겁게 들고 가지 않아 편해졌어요.”―이상호 씨(44·회사원)

 “자녀 교육을 위해 종종 전통시장에 가요. 최근 서울 강북구 수유북부시장에 아이들과 함께 ‘꽃 송편 빚기 체험’을 하고 투호(投壺) 등 민속놀이를 했죠. 한 대학교와 시장이 협력해 만든 교육프로그램이었어요. 멀리 민속촌까지 가지 않아도 되죠.”―장미선 씨(35·주부)

 “강원도 정선아리랑 시장은 단순한 5일장을 넘어서 강원도의 지역적 특색을 보여주는 문화공간이 됐죠. 곤드레밥과 올챙이국수 등 정선 먹거리를 맛보거나 로컬푸드를 사고 정선아리랑 공연도 볼 수 있죠. 정선의 민둥산과 아우라지 등 명소를 들르는 ‘정선아리랑 A-train 열차’가 개통되면서 시장 인기도 높아졌죠.”―이찬호 씨(35·자영업) 

 “요새는 전통시장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한 마케팅을 해요. 기존엔 상인들의 평균 연령이 높다 보니 전단이나 현수막이 전부였지만 최근 시장에 젊은 친구들이 유입되며 달라졌죠.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시장 문화 행사를 알리고 고객들에게 개선사항도 꾸준히 받고 있어요.”―이모 씨(35·상인)
 
사람 냄새가 매력

 “전통시장엔 사람 냄새가 넘쳐나죠. 홈쇼핑이나 대형마트엔 없는 따뜻함과 정겨움이 있잖아요. 시장마다 특산물들이 다양해서 특별하게 느껴지고요.”―박지선 씨(39·주부)

 “자취집 근처에 전통시장이 있어서 복 받았다 생각하죠. 입맛 따라 고를 수 있는 음식들이 다양하거든요. 요샌 베트남식 떡갈비나 기름떡볶이처럼 젊은 사람들 취향에 맞는 음식도 많아졌어요. 가격도 저렴해서 좋죠.”―최민준 씨(27·대학생)

 “대형마트는 조금만 장사가 안 되면 금방 폐점되잖아요. 그런데 전통시장은 오랫동안 그 자리를 지켜 상인들과 지속적으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죠. 또 나이 많은 사람들에게는 전통시장의 상인들도 익숙하고 시장에 담긴 추억도 담겨 있죠.”―박미자 씨(63·주부)

 “지난해 전국의 전통시장은 2013년에 비해 100개 정도 늘어난 1439개로 집계됐습니다. 지난해 전통시장의 점포별 매출액도 전년보다 4.2% 증가했고요. 대형마트와 홈쇼핑의 범람 속에서도 전통시장에 대한 소비자들의 평가는 호의적인 편이죠.”―노화봉 씨(소상공인연구소장)

경쟁 상인 간 협력의 장

 “소상공인들은 점포 임차료가 큰 부담이에요. 전통시장에선 임차료를 지원받을 수 있어요. 전 점포 리모델링을 할 때 인테리어 비용까지 지원받았어요.”―양지환 씨(31·상인)

 “서울 강동구 명일전통시장에 점포를 차리면서 상인대학이란 걸 알게 됐어요. 소상공인 대부분은 교육받을 기회가 적은데, 여기서 상품 진열 방법부터 고객 관리까지 배웠어요. 실제 점포 관리할 때 많이 써먹게 됐죠.”―이모 씨(58·상인)

 “정부가 전통시장 소상공인들을 위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지원하고 있지만 시장 주도로 추진되는 경우가 드물어 아쉬워요. 시장마다 처한 환경이 다를 텐데, 정부 주도로 지원한다면 효율성이 떨어질 수밖에요.”―박주영 씨(54·숭실대 벤처중소기업학과 교수)

 “과거에 전통시장 상인들은 철저히 혼자였어요. 서로 경쟁 상대였으니까요. 하지만 상인회 등으로 상인들 간에 조직화가 활성화되면서 서로 협력하고 보호해 주죠. 저도 수혜자예요. 점포 수리 책임 문제로 건물주와 갈등을 빚고 있을 때 상인회에 조언을 구하면서 일이 잘 풀렸거든요.”―임지순 씨(48·상인)
 
1인 가구-외국인에게 손짓

 “친구들과 함께 전통시장에 가는 이유는 쇼핑보다는 맛집 방문인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맛집들 대부분은 불청결하거나 비좁았어요. 이들을 위한 시장 측의 배려가 있었으면 좋겠어요.”―최창진 씨(26·대학생)

 “서울 광화문이나 경리단길 등엔 외국인을 위한 안내 부스가 있지만 전통시장엔 없는 것 같아요. 한국 고유의 독특한 시장의 모습을 체험하고 싶어 찾아온 외국인들을 위한 개선책이 마련됐으면 해요.”―나가사와 마키 씨(33·일본인 여행객)

 “전통시장엔 가게들이 복잡하게 늘어서 있고 원하는 물건을 사기 위해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려주는 지도나 안내판이 없죠. 이리저리 헤매며 에너지를 소모하고 싶진 않아요.”―박병진 씨(27·대학생)

 “저희 시장 주변에는 1인 가구가 많아요. 그래서 싱글족을 위한 레시피북을 만들고, 전통시장 음식을 즐기는 소셜다이닝 행사를 열어요. 전통시장이 익숙지 않은 젊은 사람들이니 우리가 먼저 찾아가고 소통하는 거죠. 그러지 않으면 대형마트나 편의점을 당해낼 수 없어요.”―서정래 씨(55·서울 망원시장 상인회 회장)
 
청년 상인들의 활력

 “대전 유천시장에도 떡집은 많지만, 젊은 친구들이 많이 찾지 않았어요. 이곳을 보고 젊은 사람을 겨냥한 ‘떡카페’를 만들면 좋겠다 싶었어요. 제가 바리스타 자격증이 있거든요. 떡과 함께 커피도 팔고, 이야기도 나눌 수 있는 테라스도 만들었죠. 시장에 올 때마다 저희 가게에 들르는 젊은 친구들이 생겼어요.”―이지훈 씨(32·떡까페 운영)

 “청년 상인이 늘면서 활력이 넘쳐요. 우리 옆집의 화방 청년과 제휴를 맺고, 손님들이 청과물 5만 원 이상 사면 옆집 청년의 공예품이나 그림을 주는 거죠. 옆집 청년이 손님들의 초상화도 그려준답니다. 색다른 시도에 손님들 반응이 좋아요.”―김민식 씨(48·상인)

 “친구들과 소일거리로 목걸이, 반지, 팔찌 등 핸드메이드 상품을 만들어 매달 시장에서 팔죠. 어르신들은 대학생들이 직접 만든 물건을 전통시장에서 싼값에 파는 것 자체를 신기해하고 대견해하세요. 다른 곳에서 이런 상품들을 팔았다면 이렇게 큰 관심을 받을 수 있었을까요? 전통시장이기에 큰 덕을 보고 있죠.”―이현수 씨(28·대학생)

 “청년 상인이라 하면 창업한 사람을 떠올리죠. 저처럼 가업을 물려받아 세대교체를 이룬 사람도 더러 있어요. 전 30년 가까이 만두집을 했던 부모님의 가게 일을 도맡고 있죠. 메뉴는 그대로지만 이벤트나 홍보에 저만의 색깔을 입혀 가게를 더 키우고 싶어요.”―박기범 씨(29·상인)

 “홍대에서 친구들과 초상화 그리기, 길거리 공연 등을 했어요. 전통시장에서 빈 점포를 청년들에게 지원해 준다는 말을 듣고 기쁜 마음에 옮겨왔는데 적응에 애를 먹었어요. 예술 한답시고 빈 점포만 축낸단 말을 들었고, 공연할 때면 시끄럽다는 원성을 사기도 했죠. 요새는 상인들과 얼굴도 트고 사정이 나아졌지만 전통시장에 진입하는 청년들이라면 무시 못할 부분이긴 해요.”―성모 씨(28·대학생)
 
오피니언팀 종합·최형진 인턴기자 연세대 국어국문학과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