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희 정책사회부 기자
난민 신청자를 보는 시각에 불안이 섞이는 현실은 안다. 고용 허가 기간이 끝난 외국인이 조금이라도 더 국내에 남아 있으려 난민 신청을 하고, 거부당하면 행정소송을 남발하는 일이 잦기 때문이다. 늘어나는 외국인 범죄와 무장테러집단도 공포를 키운다. “너희 나라로 가라” “단일민족을 잡종으로 만들 셈이냐” “자국민보다 ○○○ 촌놈 챙기기에 바쁘네” 등등 난민 기사에 달린 댓글을 보면 이미 ‘반(反)난민’ 정서가 한국을 지배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든다.
어린이, 청소년은 사정이 다르다. 한국에 자의로 오지 않았고, 불법 취업을 목적으로 남으려는 건 더더욱 아니다. 올해 초 시리아에서 한국으로 탈출한 라바니에 라미 군(15)이 그렇다. 내전으로 부모를 잃은 뒤 강제 징집될 처지인 그에게 형이 살고 있는 한국은 유일한 대안이었다. 그는 지난달 가까스로 서울의 한 중학교에 입학해 한국 아이들과 함께 수업을 듣고 있다.
지난해 난민 심사에서 탈락한 코트디부아르 아이 A 군(5)도 마찬가지다. 한국에서 나고 자란 A 군은 검은 피부색 말고는 한국 어린이와 다를 게 없다. 뽀로로를 좋아하고 프랑스어는 할 줄 모른다. A 군이 초등학교에 갈 나이가 되면 부모는 어떤 선택을 할까. 적발을 겁내 A 군을 학교에 보내지 않고 숨어 사는 쪽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 학적도, 주민등록번호도 없이 ‘유령’처럼 성장한 A 군은 ‘선량한 시민’이 될 수 있을까.
쇼팽과 아인슈타인, 스티브 잡스가 난민의 아들이었다는 사실은 잘 알려졌다. 한국에서 자란 난민 아이들이 아인슈타인처럼 위대해질 수 있겠냐고 콧방귀를 뀌고 무시한다면 최소한 이렇게라도 생각해 보자. 20××년 우크라이나에서 난민 심사를 기다리는 김국민 씨가 “내 아이도 차별 없이 키워 달라”고 떳떳하게 요구하려면 지금 그가 할 일은 무엇일지.
조건희 정책사회부 기자 bec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