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손학규는 끝내 돌아오고 말았다. 그는 어제 정계 복귀 기자회견에서 “이제 명운이 다한 1987년의 6공화국 대신 7공화국을 열어야 한다”면서 “정치와 경제의 새판 짜기에 제 모든 걸 바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밝혔다. 아마 개헌운동도 염두에 둔 것 같다. 당적(黨籍)도 버리고, 대통령이 되겠다는 생각도 없다고 했다. 전남 강진 토담집에서 2년 2개월간 은거하면서 다산 정약용에 천착한 노(老) 정객의 고뇌가 컸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두 번이나 ‘정치적 신뢰’를 잃은 그이기에 솔직히 어디까지가 진실일지 가늠하기 어렵다.
▷손학규의 정계 은퇴 번복을 다른 정치인들과 비교할 때 결정적 결격사유라고 보지는 않는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선례도 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올 4·13총선 때 광주에 가서 “호남이 나에 대한 지지를 거두면 미련 없이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겠다. 대선에도 도전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민주당의 호남 참패에도 불구하고 그는 약속을 지키기는커녕 남들보다 앞장서 대선 가도를 달려가고 있다.
이진녕 논설위원 jinny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