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희 논설위원
사교육 이유는 경쟁과 불안
사교육에 관한 한 정부의 설명과 국민 체감도 사이에는 건널 수 없는 강이 존재한다. 정부는 사교육비가 6년 연속 감소하고 있다고 하는데, 1인당 사교육비는 지난해 24만4000원으로 통계조사를 시작한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사교육비 총규모가 감소한다는 건 경제적 어려움으로 사교육을 받을 수 없는 학생들이 늘어난 데 따른 착시일 뿐, 실제 비용은 늘고 있는 것이다. 과도한 학습 부담은 아이들의 심신을 멍들게 하고 자식에게 다걸기 하느라 노후 대비를 못 한 부모들은 빈곤층으로 내몰리고 있다. 사교육은 분명 대한민국의 암적 존재다.
이명박 정부가 방과후 수업, 교육방송(EBS)과 수능 연계, 외국어고 축소,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했고 박근혜 정부도 선행학습 금지, 자유학기제, 초등 돌봄교실 등 강화된 사교육비 억제 정책을 썼으나 효과가 없었다. 그래서 찔끔찔끔 대책보다는 전두환 시절의 과외 금지 같은 과감한 조치가 유혹적으로 들린다. 국민투표도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사교육금지법을 만들어 사교육을 단칼에 끊어 버리자는 주장이다.
2014년도 교육개발원의 사교육 의식조사 결과를 보면 사교육이 학업성취도나 상위권 대학 진학률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 그런데도 사교육에 목매는 이유는? 경쟁은 있는데 불안하기 때문이다. 이런 경쟁구조를 손대지 않고 사교육만 막는 건 가능하지도 않고 성공할 수도 없다.
어찌어찌하여 투표를 한다면 결과는 분명히 통과일 것이다. 600만 학생의 학부모 가운데 절반 이상 그리고 학부모가 아닌 유권자 가운데 사교육 관계자를 빼놓고는 모두 찬성표를 던질테니까. 이런 뻔한 결론을 얻느라 많은 돈을 써야 할 필요가 있을까. 또 통과된다고 해서 사교육이 폐지될까. 성매매금지법이 있어도 성매매가 사라지지 않는 것처럼 사교육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아니, 성매매법과는 달리 사교육금지법은 사람들의 손발을 묶을수록 몰래 사교육을 하는 사람이 많아질 것이다. 사교육은 남들이 하건, 말건 내가 하는 게 무조건 유리한 죄수의 딜레마 게임이기 때문이다.
몸값 띄우기용 허망한 공약
학부모로서 말하건대 국민투표로 사교육을 없앨 수 있다면 기꺼이 찬성할 것이다. 그러나 인간 본능과 입시제도는 그런 방식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 그래서 사교육 폐지 국민투표는 남 지사의 다른 공약만큼이나 허망하다. 이런 걸 알면서도 대선주자로서 몸값이나 높여 보려고 꺼낸 말이라면 나는 남 지사에게 제대로 낚인 것이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