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고어와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후보가 맞붙은 그해 대선에선 11월 7일 선거 후 36일 동안 승자를 확정하지 못했다. 당락이 걸린 플로리다 주에서 부시가 간발의 차로 선거인단 25명을 확보하자 민주당은 재검표를 요구했다. 실제로 일부 선거구의 재검표에서 표차가 줄어들면서 주 전체에서 재검표를 하면 결과가 뒤집힐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이 문제로 미국이 둘로 쪼개진 상태에서 연방대법원이 5 대 4로 재검표 중단을 결정하자 고어는 수용했다. 당선보다는 사회 통합이 더 중요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미국에선 1860년 대선에서 스티븐 더글러스가 에이브러햄 링컨에게 패배를 공식 인정한 후 패자의 대선 승복 연설이 전통이 됐다. 하지만 19일 3차 TV 토론에서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대선 결과에 승복할 것인지에 대해 “그때 가서 보겠다”고 불복을 시사하면서 나라가 발칵 뒤집혔다. 트럼프는 이미 선거 조작 가능성도 제기한 터라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고 모욕하는 그에 대한 여론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한기흥 논설위원 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