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커버스토리/아름다운 마침표 ‘웰다잉’] 책-옷 처분하고 성년후견인 지정… “정리하고 나니 홀가분”
그는 일본을 대표하는 드라마 작가다. 1983년 세상에 내놓은 NHK 드라마 ‘오싱’은 평균 시청률 52.6%, 최고 시청률 62.9%를 기록했다. 세계 68개국에도 수출됐다. 그는 NHK의 1년짜리 대하드라마만 3편을 썼고 1990년부터 시작한 TBS 드라마 ‘세상살이 원수천지’는 최근에도 매년 후속편이 제작되고 있다.
그런 그가 최근 자신의 슈카쓰 체험담을 담은 책을 펴내 화제다. 책에서 그는 장례식, 출세욕, 일, 친구, 부모, 연애, 남편, 친척, 자식, 후회 등 10가지에 대한 무소유를 선언했다.
그는 1992년 하시다문화재단을 만들어 방송 문화에 공헌한 프로그램이나 인물을 표창해왔다. 자택은 그의 사후 ‘하시다기념관’이 될 예정이다. 판단이 흐려질 때를 대비한 성년후견인도 재단 고문변호사에게 의뢰해 놓았다. 간병·간호, 재산 관리, 처분 등 모든 것을 맡겼다고 한다. 그렇지만 “사는 동안은 내 발로 걷고 싶어서” 주 3일 스포츠센터에 가 개인교습을 받는다. 그는 자신이 적극적으로 슈카쓰를 하게 된 것은 일가친척도, 자식도 없는 처지라 사후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끼치고 싶지 않아서라고 말한다.
“한결 넓어진 집에서 홀가분하게 남은 시간을 즐기고 있습니다. 드라마 한 편 끝날 때마다 크루즈 여행을 떠나는 게 낙입니다. 집에는 가정부들이 교대로 일하러 옵니다. 친척에게 돌봐달라고 하는 것보다 훨씬 마음 편하게 지낼 수 있어요. 나는 지금 이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