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9일 정세균 국회의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17년도 예산안 토론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국감 내내 더불어민주당(더민주) 등 야권에서는 재단법인 미르와 K스포츠재단을 둘러싼 ‘비선(秘線)실세’ 의혹을 제기하는 데 화력을 집중했다. 재단법인 미르에는 차은택 씨, K스포츠재단에는 최순실 씨가 주역으로 등장했다. 국감에서 제기된 의혹과 10월 20일 현재까지 나온 언론보도를 종합해보면 CF감독 출신인 차씨가 문화계 황태자로 세간의 주목을 끈 데는 2014년 8월 대통령 직속 문화융성위원회 위원으로 임명된 것이 계기가 됐다. 야권 인사들은 차씨가 문화융성위원으로 발탁된 배경에 박근혜 대통령과 40년 지기인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 씨와 친분이 있었을 것이라고 본다.
미르는 차은택, K스포츠는 최순실 몫?
9월 26일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조찬강연회에 참석해 강연하고 있다. [뉴스1]
재단법인 미르가 설립부터 인적 구성까지 차씨 주변 인물이 대거 포진한 것과 달리, K스포츠재단은 최순실 씨가 단독 주역으로 등장했다. 최씨는 1월 K스포츠재단 설립 하루 전날 한국에 설립된 스포츠매니지먼트사 더블루케이(The Blue K)의 ‘회장님’이었고, 한 달 뒤 독일에 설립된 더블루케이는 최씨가 유일한 주주인 회사로 알려졌다. 그뿐 아니라 최씨와 그의 딸 정유라 씨가 주주고 정씨의 승마 코치가 유일한 직원으로 등재된 스포츠 마케팅업체 비덱이 독일에 설립된 것으로 전해졌다. 비덱은 K스포츠재단 관계자가 1월 국내 대기업 중 한 곳을 찾아가 “2020 도쿄올림픽에 출전할 비인기 종목 유망주를 후원하는 사업에 80억 원을 지원해달라”며 “사업은 비덱이 맡을 것”이라고 말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 존재가 드러났다.
‘동아일보’는 10월 20일자 사설에서 ‘K스포츠와 심지어 정부 부처가 페이퍼컴퍼니 같은 최씨의 개인 회사들을 위해 발 벗고 나섰다는 것은 최씨 뒤에 보이지 않는 권력의 그림자가 어른거렸기 때문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설은 특히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체육을 통한 국위 선양’ 등을 내세워 수백억 원에 이르는 자금을 출연했지만, 사실상 이 재단이 최씨 딸의 독일 현지 훈련을 지원해 올림픽 금메달 획득을 돕기 위한 후원단체로 전락한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K스포츠재단을 매개로 권력 사유화가 이뤄졌을 개연성을 지적한 것이다.
‘최순실 국감’에 다수 국민의 눈과 귀가 쏠려 있는 동안 국감 막바지에 혜성처럼 전면에 등장한 이슈가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회고록 파동이다. 여당은 송 전 장관의 회고록에 담긴 일부 내용(2007년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기권 결정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구실)을 집중 부각하며 문재인 때리기에 적극 나섰다. 새누리당 염동열 수석대변인은 10월 15일 “대한민국의 일을 북한 정권으로부터 결재받은 것은 국기를 흔드는 충격적인 사태”라며 문 전 대표에게 집중포화를 쏟아부었다
현행 법인세율 22%를 25%로 인상야권이 군불을 땐 차은택 주연의 재단법인 미르와 최순실 주연의 K스포츠재단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여권이 송 전 장관의 회고록 파문으로 맞서는 사이 올해 국감은 종료됐다. 여야는 이제 예산안, 특히 법인세 인상안을 둘러싸고 새로운 힘겨루기에 돌입할 태세다. 새누리당이 법인세 인상을 극렬히 반대하는 상황에서 국회의장 직권상정으로 법인세 인상안이 부수법안으로 지정되느냐가 초미 관심사다.
현재 국회에는 더민주 윤호중 의원과 국민의당 김동철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2건의 법인세법 개정안이 계류돼 있다. 윤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최고세율 25%가 적용되는 과세표준 500억 원 초과 구간을 신설하는 것을 뼈대로 하고, 김동철 의원의 안은 과세표준 200억 원을 초과하는 1000여 개 법인에 대해 세율을 현행 22%에서 25%로 환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인세 인상안은 세입과 관련된, 중요한 세입예산안 부수법안 가운데 하나다.
재계와 법조계 일각에서는 ‘법인세 인상을 둘러싼 여야 공방’이 경제문제가 아니라 정치문제로 비화할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재단법인 미르와 K스포츠재단 출연금으로 수백억 원을 갹출한 대기업의 이해관계가 법인세 인상에 달렸다는 점에서다. 재계 한 관계자는 “법인세 인상안은 처리 결과에 따라 기업이 적게는 수천억 원, 많게는 수조 원의 법인세를 더 내느냐, 덜 내느냐가 달린 중요한 이슈”라며 “하반기 국회 운영 상황, 특히 법인세법 개정안 처리 여부에 따라 재계도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이 기사는 주간동아 2016년 10월 26일자 106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