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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남북/이권효]신뢰의 가치 보여준 도레이 구미 투자

입력 | 2016-10-24 03:00:00


이권효 대구경북취재본부장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19일 경북 구미시 제5국가산업단지(하이테크밸리)에서 열린 ㈜도레이첨단소재의 탄소섬유공장 기공식을 본 김관용 경북도지사(74)의 심정은 뭉클했을 것이다.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은 탄소섬유의 세계적인 기업이 구미공단에 입주하게 돼 지역과 국가경제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2021년 준공하면 구미하이테크밸리의 1호 기업으로서 파급 효과가 매우 클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의 투자는 입지 여건 등 여러 가지가 맞아떨어져야 실현되지만 ‘사람의 신뢰 관계’도 상당히 중요하다. 김 지사는 도레이첨단소재가 1999년 독립법인이 된 후 구미에 투자를 늘리도록 ‘혼’을 쏟았다. 도레이가 투자를 저울질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면 바로 일본으로 가서 유치 노력을 폈다. 도레이가 그동안 경북에 투자한 금액은 3조 원이 넘는다.

 김 지사는 2014년 9월 도쿄에 있는 도레이 본사의 임원회의에 불청객으로 참석했다. 구미공단이 탄소섬유공장 설립에 적합하다는 것을 직접 설명하기 위해서였다. 공장 설립 계획이 늦춰지자 김 지사는 지난해 봄 도레이그룹 사장단을 경주로 초청해 경북도와 정부의 탄소산업 육성 의지를 호소했고 도레이 측은 “최대한 빨리 공장을 추진하겠다”고 답했다.

 김 지사는 구미시장이던 2004년 일본의 세계적인 유리제조업체인 아사히글라스가 구미공단에 대규모 투자를 하도록 하는 데도 ‘정성과 신뢰의 가치’를 보여줬다. 아사히글라스는 구미에 꾸준히 투자를 하면서 성장하고 있다. 당시 이 회사 경영진은 “일본 공무원들도 이렇게까지는 하지 않는데 구미시의 정성은 감동적이었다”고 말했다.

 6선 단체장인 김 지사에게는 막연한 열정이 아니라 상황을 면밀히 살피면서 훗날을 내다보고 절실하게 추진하는 깊은 역량이 느껴진다. 인간적인 교감을 중시하는 자세도 한결같다. 투자 유치뿐 아니라 지자체의 많은 일이 실질적 성과를 낳으려면 이런 차원의 소프트웨어가 중요하다. 후배 공직자들이 이를 잘 배워서 실천하면 좋겠다. 
 
이권효 대구경북취재본부장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