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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北접촉 여부 언급없이 “진실 가려졌다”… 與 “핵심은 외면”

입력 | 2016-10-24 03:00:00

송민순 회고록 파문




 “그(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는 안보실장이 주재한 회의를 마치 제가 주재해 결론을 내린 것처럼 기술하는 ‘중대한 기억의 착오’를 범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23일 ‘송민순 회고록 파문’과 관련해 페이스북에 이 같은 내용의 글을 올렸다. 송 전 장관의 일부 증언이 착오라고 반박하며 논란 종결을 시도하고 나선 것이다. 새누리당은 “핵심은 당시 기권 결정을 북한에 물어보고 했는지 여부”라며 문 전 대표가 이 질문에 답을 해야 한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 文 “국면 호도 위해 어설픈 색깔론”

 당초 이번 파문과 관련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던 문 전 대표는 이날 “다수의 기억과 자료에 의해 사실관계가 자연스럽게 밝혀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2007년 11월 16일 회의에서 기권 결론이 났다는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 등의 증언과 당시 회의 메모가 있다는 김경수 의원의 주장을 근거로 “나머지 사실 관계는 회의 참석자들이 메모 등을 근거로 밝힌 그대로”라고 주장했다.

 문 전 대표는 ‘이구동성으로 왜 이미 결정된 사항을 자꾸 문제 삼느냐고 불만을 터뜨렸다’는 회고록 내용을 거론하며 “송 전 장관이 주장하는 시기(11월 20일) 이전에 이미 기권은 결정됐었다는 뜻”이라며 “하늘을 우러러 부끄러움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 당시 비서실장이던 문 전 대표가 안보정책회의를 주재했다는 송 전 장관의 증언을 반박하며 “다른 착오도 여러 곳에서 드러난다. 진실은 명명백백히 가려졌다”고 주장했다. 회고록에 일부 착오가 있기 때문에 ‘북한에 사전에 물어봤다’는 송 전 장관의 증언도 사실이 아니라는 논리다.

 문 전 대표는 이어 ‘최순실 게이트’를 언급하며 “여당은 이 국면을 호도하기 위해 어설픈 색깔론을 되뇌고 있다”며 “새누리당의 사악한 종북 공세에 끝까지 맞설 것”이라고 했다. “새누리당이 뒷감당할 자신이 있다면 끝까지 계속해도 좋다. 이번에는 반드시 끝장을 보겠다”고도 덧붙였다.

 그러나 문 전 대표는 핵심 쟁점인 북한과의 연락이 있었는지, 있었다면 ‘결정 전 문의’인지 ‘결정 후 통보’인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문 전 대표는 2011년 발간한 자서전 ‘운명’에서 “안보문제는 청와대 안에서도 의견차가 커 중재해야 하는 일도 많았다”며 “비서실장이 되고 나선 안보정책조정회의 멤버로도 비슷한 역할을 했다”고 썼다. 또 “통일부 장관과 외교부 장관이 토론 끝에 얼굴을 붉히는 일도 있었다. 청와대가 중재하고 조정하는 역할을 했다”고 덧붙였다. 송 전 장관의 기억 착오를 지적한 문 전 대표의 페이스북 글과 배치되는 내용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 이정현 “송민순이 소설가냐”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우리가 사주해서 (송 전 장관에게) 회고록을 쓰게 한 것도, 출간 시점을 조율한 것도 아니다”고 반박했다. 이 대표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집권하겠다는 정당과 후보가 북한 인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의 문제”라며 “어떻게 국민 몰래, 방법도 모르게 북한의 의견을 구할 수 있느냐”고 성토했다. 송 전 장관의 증언이 거짓이라는 문 전 대표의 주장을 두고도 “송 전 장관이 소설가라 해도 이런 식으로 지어내겠느냐”며 “정확히 밝혀질 때까지 문제를 제기해야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도 “핵심은 ‘기권을 북한에 물어보고 결정했는가 여부’”라며 문 전 대표를 압박했다.

 추가 의혹 제기도 이어졌다. 새누리당 정유섭 의원은 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의 외교전문을 근거로 “2007년 11월 16일(미국 시간 기준·한국 시간 17일) 알렉산더 버시바우 당시 주한 미국대사는 대외비 외교전문에 한국이 결의안 처리에 방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보고했다”고 주장했다. 기권이나 불참이 아니라 찬성, 반대와 같은 구체적인 행동을 취할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국민의당도 재차 문 전 대표를 겨냥했다. 김영환 사무총장은 23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파문은) 유력 대선후보인 문 전 대표와 관련된 문제이고, 종북 문제와는 다르다”며 “정치인의 말이 수시로 바뀌고 무책임한 회피나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은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강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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