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들, 잇단 추문에 대응책 분주
한양대는 올해 2학기 말에 이뤄질 강의평가 때 수업 중 있었던 교수의 성차별적 언행이나 관련 사건을 공식 제보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23일 밝혔다. 한양대 관계자는 “수업 중 있었던 성별과 인종 국적 종교 등 각종 차별적 언행에 대한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별도의 항목을 강의평가 문항에 추가할 계획”이라며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교수들의 성희롱 발언도 이를 통해 제보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한양대는 이번 학기 시범운영을 거친 뒤 일부를 개선해 2017학년도 1학기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다.
탁선미 한양대 양성평등센터장(독어독문학과 교수)도 “현재 강의평가에 들어갈 질문 문항 시안들을 검토 중”이라며 “평가 결과들이 2, 3년 누적되면 반복적으로 문제점이 확인되는 집단을 예측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평했다. 한양대 반(反)성폭력·성차별 학생모임인 ‘월담’ 운영자는 “강의평가는 성적이 나온 뒤 실시되기 때문에 그동안 평가 불이익 때문에 말을 하지 못하던 학생들도 자유롭게 피해 상황을 제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동국대는 올해 1학기부터 강의평가란에 성희롱적 발언 등 강의 중 있었던 성차별적 문제를 제보할 수 있게 했다. 동국대 관계자는 “강의평가에 반영된 학생들의 의견은 인권센터와 공유해 케이스별로 분석한다”며 “결과는 예방을 위해 전체 교수에게 안내된다”고 말했다. 이와 별도로 동국대 인권센터에도 지난해 12건, 올해 13건 등 차별 사례가 꾸준히 접수되고 있다.
동국대는 또 지난해 5월부터 학생이 지도교수를 교체할 수 있는 ‘지도교수 자율선택제’도 운영 중이다. 이는 지도교수의 폭언, 성추행, 개인업무 지시, 논문 대필 등 비위행위를 학생들이 신고할 수 있는 제도다. 최근 1년간 지도교수 교체 신청서를 낸 학생은 46명에 이른다.
서울대는 2014년 강석진 전 수리과학부 교수의 제자 성추행 사건을 계기로 교수와 교직원 학생 등 전 구성원을 대상으로 인권·성평등 교육을 강화했다. 대학 관계자들은 “학교 측의 작은 변화가 학생들로 하여금 학내 문제를 자유롭게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시작점이 될 수 있다”며 “성희롱 등 민감한 사건이 터졌을 때 어떻게 대응하느냐보다 예방할 수 있는 환경이 더욱 중요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최지연 기자 lim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