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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털리츠 교수 “노벨상 수상의 원천은 재미와 호기심”

입력 | 2016-10-24 03:00:00

“불가능에 도전, 해볼만한 도박이었다”
서울고등과학원 12년 방문교수 인연… 31일 방한… “제주 등 섬여행할 것”




 “어느 날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내가 초전도체, 초유체 등 굉장히 낯선 개념을 연구하고 있었다. (이번에 노벨상을 받은 계기가 된) 문제를 처음 풀었을 때도 ‘와, 물리학 재미있네. 다음 문제는 뭐지’라고 생각했을 뿐이다.”

 올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마이클 코스털리츠 미국 브라운대 교수(74·사진)는 23일 동아일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자신의 성과가 순수하게 재미와 호기심 덕분이었음을 이같이 표현했다.

 코스털리츠 교수는 2차원 물질의 전기저항이 0이 되는 초전도 현상과 점성이 0이 되는 초유체 현상을 설명한 공로로 데이비드 사울레스 미 워싱턴대 교수(82), 덩컨 홀데인 미 프린스턴대 교수(65)와 함께 4일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수상자로 선정된 이후 그가 한국 언론과 인터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고에너지 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은 후 1971년 영국 버밍엄대에서 박사후연구원 과정을 시작했다. 이때 같은 대학 사울레스 교수의 권유로 응집물리학에 도전한 것이 노벨상 수상으로 이어졌다.

 당시 그들은 ‘학문적 재미’를 밑천으로 불가능에 도전하는 도박을 하는 꼴이었다. 이전까지 극도로 얇은 막(2차원)에서는 초전도체나 초유체가 존재할 수 없다고 알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위상수학(Topology)’ 개념을 도입해 이 문제를 풀었는데, 워낙 혁신적이라 1972년 논문을 발표할 당시엔 다른 과학자들이 받아들이지 않을 정도였다. 그는 “일이 잘 안 풀렸다면 노벨상 수상은커녕 실직자가 됐겠지만 물리학을 사랑했기 때문에 도박은 해볼 만한 가치가 있었다”고 밝혔다.

 핀란드의 한 지하주차장에서 점심을 먹으려 초밥 레스토랑으로 올라가다가 노벨상 수상 소식을 전화로 받았다는 그는 “처음엔 누가 나한테 불쾌한 농담을 한다고 생각했고, 진짜라는 것을 알게 된 뒤에도 마치 내가 ‘진실이 장기 휴가를 떠난 다른 평행우주로 순간이동을 한 것은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그는 어린 시절에 허락된 자유가 연구를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동력이 됐음을 시사했다. 코스털리츠 교수는 “생물학자인 아버지는 강요 없이 항상 내가 원하는 것을 선택하도록 허락하셨다”며 “언어 문학 역사 등을 잘하지 못해 정말 싫어했는데, 다행히 논리적인 것을 좋아해서 과학을 선택했다. 이는 자연스러운 일이었다”고 밝혔다.

 이번 노벨상 수상 발표 때 전 세계 언론은 수상자들의 업적이 난해해 당황했다. 이에 자신의 연구 성과를 쉽게 설명해 줄 것을 요청하자 “안타깝게도 그 방법을 알지 못한다”며 “물리학의 기본 언어인 수학을 일반인들이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인데, 이는 마치 영어를 전혀 모르는 한국인에게 영어로 얘기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과의 인연이 깊다. 2003년부터 2014년까지 12년간 서울 고등과학원(KIAS)에 매년 1개월씩 방문교수로 머무르며 국내 물리학자들과 교류했다. 2010년엔 한국에서 ‘상전이(相轉移) 현상’과 관련된 방정식을 연구해 논문도 냈다. 그는 올해도 31일 방문교수로 한국을 다시 찾아 노벨상 시상식이 열리는 12월까지 머물 예정이다. 그는 “제주도를 비롯한 여러 섬들을 가 보고 싶다”고 말했다.

변지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her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