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해운사 vs 현대상선 vs 국내 중견사 연합 11월 7일 본입찰… 득실 놓고 저울질 일각 “너무 늦은 매각”… 유찰 가능성도
한진해운의 주요 사업 분야인 미주노선이 매각 절차에 들어가면서 미주노선이 외국 해운사와 현대상선, 국내 중견 해운사 연합 중 어디에 매각되느냐에 따라 한국 해운업의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당사자들은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데다 일각에서는 “이미 너무 늦은 매각”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진해운은 법원의 허가를 받아 미주노선 물류 시스템과 해외 자회사 7곳, 컨테이너선 5척, 관련 인력 등에 대한 매각 절차를 진행 중이다. 법원은 28일 오후 3시까지 인수의향서를 받은 뒤 예비실사를 거쳐 다음 달 7일 본입찰을 시행할 계획이다.
인수 후보는 세계 1위 해운사인 덴마크 머스크와 2위인 스위스 MSC, 4위 중국 코스코(COSCO) 등이 꼽힌다. 특히 MSC는 아시아∼유럽노선에서는 세계 1위지만 미주노선은 세계 13위여서 덩치를 키우기 위해 한진해운 미주노선 흡수를 고려할 수 있다. 이들은 극심한 불황인 세계 해운업계에서 인수자금을 마련할 여력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현대상선은 이미 미주노선을 운영하고 있고 매물로 나온 6500TEU(1TEU는 약 6m 길이의 컨테이너 1개분)급 선박으로는 원가경쟁력을 높이기 힘들다는 점이 문제다. 이 때문에 현대상선이 미주노선 인수에 자금을 쓰기보다는 해외터미널 등을 인수하고 벌크선 사업 등을 강화해 사업 분야를 다각화하는 편이 낫다는 분석도 많다.
제3의 후보로 국내 중견 선사인 고려해운, 장금상선, 흥아해운 3곳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전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 주로 아시아 역내에서 영업을 해온 이들이 미주노선을 인수하면 새롭게 사업 분야를 확장할 수 있다. 이들은 9월 초부터 현대상선과 ‘미니 얼라이언스’를 운영하며 협력해오고 있는 관계이기도 하다.
하지만 현대상선과 마찬가지로 대규모 차입금이 있어야 하는데, 해운업의 미래가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19일 박정석 고려해운 회장은 인수전 참여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쉽지 않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미주노선 매각이 이미 실기(失期)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박 회장은 “한진해운이 살아있을 때 매각이나 합병을 진행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전형진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해운시장분석센터장도 “한진해운의 공백은 이미 여러 선사들이 빠르게 메워 가고 있어 인수할 매력이 크지 않다. 구조조정이 늘 한발씩 늦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결국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주체가 없을 경우 유찰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