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고장 전통시장]<7>서울 종로구 창신골목시장
서울 종로구 창신골목시장은 매운 족발, 춘천닭갈비 등 다양한 먹거리의 천국이다. 13일 오후 6시경 직장인 손님들이 밀려드는 시간, 시장 내 한 족발집에서 종업원들이 바쁜 손길로 족발을 굽고, 썰고 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13일 찾아간 서울 종로구 창신골목시장은 지하철 1호선 동대문역 3번 출구 앞 골목에서 이어졌다. 좁은 골목길 양 옆에는 상점들이 불을 밝히며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다. 유난히 ‘맛집’이 많이 몰려 있는 창신골목시장은 최근 중국, 일본, 베트남 등 외국에서 오는 관광객들에게도 유명하다. 특히 ‘매운 족발’은 시장의 명물로 떠올랐다.
○ 맛집 찾아 관광객·젊은층 몰려
매운 족발은 창신골목시장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매운맛을 좋아하는 학생들, 청년들, 여성들이 많이 찾아 시장 유동인구도 늘었다. 최근에는 중국이나 일본 관광객들이 찾아와 족발을 진공 포장해 사 간다. 40년이 넘는 역사를 간직한 창신골목시장에는 현재 점포 105곳이 들어서 있다. 그중 정식으로 상인회에 등록하고 오랫동안 장사를 해온 상점은 72곳이다. 이시웅 상인회장(74)은 “나머지 상점들은 세를 살거나, 한시적으로 영업하는 분들”이라고 말했다.
조지현 씨(47)는 5월 창신골목시장에 ‘강촌참숯닭갈비’를 열었다. 철판에 볶는 서울식 닭갈비와는 달리 숯불 위에 석쇠를 놓고 양념된 닭갈비를 굽는 방식이라 기름기가 쪽 빠진다. 조 씨는 “고기에 숯불향이 살아있고 기름지지 않아 담백한 맛을 좋아하는 젊은 사람들이 많이 찾아온다”고 말했다. 곁들여 굽는 재료로 ‘마’를 내온다는 점도 특징이다.
이처럼 창신골목시장은 곳곳마다 양푼이동태찌개, 아귀탕, 곱창, 한방통닭, 돼지목살바비큐, 오리고기, 주꾸미볶음, 우족탕, 감자탕 등 셀 수 없는 맛집이 들어서 있다. 종로구의 지역 특성상 주변에 기업이나 회사가 많고, 인근 주택에서도 가내 봉제공장을 운영하는 곳이 많아 식사를 해결하려는 손님들이 많다.
○ 내년까지 리모델링… “지자체 지원 절실”
최근 주변 봉제공장들이 빠져나가고 있는 점도 시장의 걱정거리다. ‘두부마을’을 운영하는 김미송 씨(50)는 “주요 고객층이었던 봉제공장이 신당동이나 미아동 쪽으로 옮겨가면서 시장 사정도 많이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다행히 관광객 증가로 시장이 조금씩 살아나고 있는 중이다.
상인회는 최근 인근 지역 봉사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창신골목시장 상인 중 15명은 올 9월 ‘대추나무 합창단’을 만들었다. 이들은 출근 전이나 퇴근 뒤 짬을 내 모여서 노래 연습을 하고 있다. 이렇게 갈고닦은 노래 실력은 11월에 ‘창신동 인근 노인 초청 경로잔치’를 열어 선보일 계획이다. 이 회장은 “7, 8곡 정도를 메들리로 편곡해 연습 중인데 어르신들이 좋아하실 ‘내 나이가 어때서’ 같은 곡들 위주”라며 “인근 지역에 혼자 사는 어르신이 300여 분 계신다”고 말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