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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까지 소문난 ‘매운 족발’… 관광객들 진공포장해 가져가

입력 | 2016-10-25 03:00:00

[내고장 전통시장]<7>서울 종로구 창신골목시장




 

서울 종로구 창신골목시장은 매운 족발, 춘천닭갈비 등 다양한 먹거리의 천국이다. 13일 오후 6시경 직장인 손님들이 밀려드는 시간, 시장 내 한 족발집에서 종업원들이 바쁜 손길로 족발을 굽고, 썰고 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해가 저물자 시장 골목은 퇴근길 직장인, 장 보러 나온 주부, 동네 주민들로 붐볐다. 족발집은 소주잔 부딪치는 소리와 떠들썩한 수다로 가득 찼고, 가게 밖은 고추장 양념을 바른 족발을 굽는 매운 향기가 달게 났다. 가게마다 매달아 놓은 노란 백열등 사이로 손님과 상인들이 분주하게 흥정을 나눴다. 손님들은 반찬거리, 생선, 포장족발, 고기 등을 사들고 갔다.

 13일 찾아간 서울 종로구 창신골목시장은 지하철 1호선 동대문역 3번 출구 앞 골목에서 이어졌다. 좁은 골목길 양 옆에는 상점들이 불을 밝히며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다. 유난히 ‘맛집’이 많이 몰려 있는 창신골목시장은 최근 중국, 일본, 베트남 등 외국에서 오는 관광객들에게도 유명하다. 특히 ‘매운 족발’은 시장의 명물로 떠올랐다.


○ 맛집 찾아 관광객·젊은층 몰려

  ‘창신동 매운족발’ 사장 나명화 씨(63)는 창신골목시장에서 35년간 장사를 하고 있다. 1970년경 서울 성동구 마장동에서 시아버지를 도와 족발집을 처음 시작했다가 이곳 창신동으로 터전을 옮겼다. 명물이 된 매운 족발을 만든 건 15년쯤 전이었다. 나 씨는 “처음에는 그냥 양념을 발라 만들었는데 아들이 불에 구워서 내 보자고 했다”며 “굽고 나니 맛이 한층 더 깊어지고 손님들의 반응도 좋아서 지금까지 계속 굽고 있다”고 말했다.

 매운 족발은 창신골목시장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매운맛을 좋아하는 학생들, 청년들, 여성들이 많이 찾아 시장 유동인구도 늘었다. 최근에는 중국이나 일본 관광객들이 찾아와 족발을 진공 포장해 사 간다.  40년이 넘는 역사를 간직한 창신골목시장에는 현재 점포 105곳이 들어서 있다. 그중 정식으로 상인회에 등록하고 오랫동안 장사를 해온 상점은 72곳이다. 이시웅 상인회장(74)은 “나머지 상점들은 세를 살거나, 한시적으로 영업하는 분들”이라고 말했다.

 조지현 씨(47)는 5월 창신골목시장에 ‘강촌참숯닭갈비’를 열었다. 철판에 볶는 서울식 닭갈비와는 달리 숯불 위에 석쇠를 놓고 양념된 닭갈비를 굽는 방식이라 기름기가 쪽 빠진다. 조 씨는 “고기에 숯불향이 살아있고 기름지지 않아 담백한 맛을 좋아하는 젊은 사람들이 많이 찾아온다”고 말했다. 곁들여 굽는 재료로 ‘마’를 내온다는 점도 특징이다.  

   이처럼 창신골목시장은 곳곳마다 양푼이동태찌개, 아귀탕, 곱창, 한방통닭, 돼지목살바비큐, 오리고기, 주꾸미볶음, 우족탕, 감자탕 등 셀 수 없는 맛집이 들어서 있다. 종로구의 지역 특성상 주변에 기업이나 회사가 많고, 인근 주택에서도 가내 봉제공장을 운영하는 곳이 많아 식사를 해결하려는 손님들이 많다.


○ 내년까지 리모델링… “지자체 지원 절실”

 

최근 창신골목시장은 ‘골목시장 육성사업’에 선정돼 지원금 5억2000만 원을 받았다. 상인회는 이 돈으로 내년 초까지 점포 디자인 개선, 판매대 정리, 도로 포장 등 시장 리모델링에 나설 계획이다. 지금은 상인회 사무실이 없어 인근 새마을금고 회의실을 빌려 상인들이 모이는데, 사무실도 만들고 시장 골목에 천장 아케이드도 덮을 계획이다.  

   종로구청 등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이 절실한 부분도 있다. 창신골목시장에 들어오려면 동대문역에서 좁은 골목길을 찾아야 하는데 시장 입구가 쉽사리 눈에 띄지 않는다. 현재 조그만 표지판이 있긴 하지만 작고 색깔도 회색이라 행인들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상인회는 골목 입구에 한옥과 기와지붕을 본뜬 구조물을 세우고자 하는데 관련 규정 때문에 구청에서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 회장은 “대로에서 봐도 눈에 잘 띄도록 시장 입구를 단장하면 관광객 등 손님들도 쉽게 찾아올 수 있을 것”이라며 “중국어 일본어 영어 등으로 메뉴판이나 간판을 새 단장하는 작업도 구청의 조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주변 봉제공장들이 빠져나가고 있는 점도 시장의 걱정거리다. ‘두부마을’을 운영하는 김미송 씨(50)는 “주요 고객층이었던 봉제공장이 신당동이나 미아동 쪽으로 옮겨가면서 시장 사정도 많이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다행히 관광객 증가로 시장이 조금씩 살아나고 있는 중이다.

 상인회는 최근 인근 지역 봉사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창신골목시장 상인 중 15명은 올 9월 ‘대추나무 합창단’을 만들었다. 이들은 출근 전이나 퇴근 뒤 짬을 내 모여서 노래 연습을 하고 있다. 이렇게 갈고닦은 노래 실력은 11월에 ‘창신동 인근 노인 초청 경로잔치’를 열어 선보일 계획이다. 이 회장은 “7, 8곡 정도를 메들리로 편곡해 연습 중인데 어르신들이 좋아하실 ‘내 나이가 어때서’ 같은 곡들 위주”라며 “인근 지역에 혼자 사는 어르신이 300여 분 계신다”고 말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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