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타냥은 당시의 풍습에 따라 파리를 전쟁터처럼 생각했다. ―삼총사(알렉상드르 뒤마·시공사·2011년)
프랑스의 수도 파리는 이방인의 마음을 홀리는 매력적인 도시다. 로마시대 이후로 파리 시민들은 파리를 ‘빛의 도시’로 부르며 자랑했다. 유럽의 젊은이들은 이 고도(古都)를 금발의 연인으로 빗대며 추앙했다.
파리는 동시에 자신의 추종자들을 집어삼키는 전쟁터이기도 했다. 부유층의 사교 살롱들이 거리를 채우기 시작하던 17세기부터 수많은 젊은 야심가들이 파리로 몰려와 재능을 뽐내고 실력을 자랑했다. 이를 통해 이들은 출세의 끈을 잡고 꿈을 실현했다.
스탕달, 발자크, 뒤마 등의 문호들은 파리라는 전쟁터에서 수많은 달타냥과 이름 없이 사라져 간 필부들의 치열한 투쟁사를 찾아냈다. 작품을 통해 이들의 생사를 건 투쟁을 ‘모험담’이나 ‘성장소설’로 소개했고, 수많은 후세의 젊은이들을 열광하게 했다.
아쉽게도 요즘 한국의 젊은이들은 더 이상 달타냥의 얘기에 환호할 수 없다. 그들에게 21세기 서울은 재능만 믿고 모험할 수 있는 곳은 아닌 것처럼 보인다. 달타냥은 귀족 자제들을 쓰러뜨릴 칼솜씨만 쌓으면 됐지만 한국에선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갖춰야 할 게 너무 많다는 것이다. 최근엔 대학 수업에서 좋은 학점을 받는 것에마저 집안 배경이 관여되는 일이 생겼다. 그 조건을 갖춘 한 청년의 말에 따르면, ‘돈도 곧 실력’이다. 모험이 사라져 버려 슬픈 젊은이들이 많다. 그들이 달타냥처럼 모험의 특권을 되찾게 되길 바란다.
천호성 기자 thousan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