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임정우. 잠실 | 김종원기자 won@donga.com
LG 양상문 감독과 NC 김경문 감독은 포스트시즌을 치르면서 ‘성적’은 물론 ‘미래’도 함께 보고 있다. 김 감독은 플레이오프(PO)에 권희동을 선발 출장시키거나, PO 3차전에 장현식(21)이라는 신인투수를 올리며 “오늘로 야구가 끝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들이 장차 NC의 중심을 이뤄 팀을 이끌어야한다는 신념에서다. 양 감독도 마찬가지다. LG는 올 시즌 세대교체에 성공했다. 채은성 양석환 유강남 김지용 등 앞으로 팀의 10년을 책임져줄 수 있는 선수들을 대거 발굴했다. 특히 가장 팀에 필요했던 마무리 임정우(23)를 얻었다. 그가 하루아침에 클로저로 거듭난 것은 아니다. 정규시즌 내내 시행착오를 겪었다. 그는 포스트시즌에서도 뼈아픈 역전패의 빌미를 제공했다. 그러나 양 감독은 그를 끝까지 믿었다. 앞으로의 팀을 위해서 옳은 선택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었다.
21일 창원 마산야구장에서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NC 다이노스와 LG 트윈스의 플레이오프 1차전 경기가 열렸다. 9회말 무사 1, 3루에서 NC 지석훈에게 적시타를 허용한 LG 마무리 임정우가 교체되고 있다. 마산|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시행착오는 필연적…극복해야 산다
양 감독은 올 시즌을 시작하면서 마무리로 임정우를 선택했다. 물론 시행착오가 있었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한·미·일 리그를 모두 정복한 오승환도 고충을 털어놓는 게 마무리다. 그만큼 힘든 보직이다. 처음 풀타임 마무리를 뛰고 있는 임정우는 말할 것도 없다. 결국 6월 깊은 슬럼프에 빠지면서 뒷문이 헐거워졌다. 그러나 양 감독은 마무리를 바꾸지 않았다. “(임)정우가 우리 팀 마무리”라며 굳은 믿음을 보냈다. 오히려 더 강하게 키웠다. 1이닝이 아닌 1.1이닝, 1.2이닝을 맡기며 정면승부 하도록 장을 마련해줬다. 임정우는 조금씩 양 감독의 믿음에 보답하기 시작했다. 주장 류제국(33)도 “(임)정우가 마음이 약해서 처음에는 블론세이브를 하면 버틸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점점 강해지더라. 지금은 마무리로서 믿음이 간다”고 달라진 후배의 모습에 놀라워했다.
LG 임정우. 잠실|김종원 기자 won@donga.com
● PO 1차전 실패? 성공-실패하면서 성장
임정우는 포스트시즌에서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마무리로는 포스트시즌 첫 등판이던 11일 KIA와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는 1이닝 2삼진 무실점 완벽투로 승리투수가 됐고, 준PO에서는 2경기에서 1.2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2세이브를 올렸다. 그러나 PO 상대는 NC였다. 임정우는 정규시즌에서 NC를 상대로 6경기에서 승 없이 1패, 3세이브, 방어율 10.13을 기록했다. 후반기 NC에 강한 면모를 보였지만 아쉬운 경기가 많았다. 결국 PO 1차전에서도 2-0으로 앞선 9회 마운드에 올랐다가 역전패의 빌미를 제공했다.
그럼에도 양 감독은 임정우를 감쌌다. 양 감독은 “(임)정우가 올해 마무리투수로서 첫 시즌 아닌가. 풀타임을 처음 경험하고 있기에 지금쯤 굉장히 힘들 것”이라고 마음을 헤아리고는 “마무리투수는 한 순간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보직이다. 그 집중력을 한 시즌 동안 유지한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 지금쯤 지칠 수도 있는 시기다”고 제자를 보듬었다. 이어 “괜찮다. 가을야구에서 성공도 해보고 실패도 맛보면 더 크게 성장할 것”이라며 지금 당장의 성적보다 선수가 앞으로 성장할 모습에 더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뿐 아니다. 양 감독은 임정우를 24일 PO 3차전 1-1로 맞선 9회초 2사 후 등판시켰다. 가장 중요한 순간 그에게 바통을 넘긴 것이다. 임정우는 양 감독의 믿음에 연장 11회초까지 2.1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며 승리투수가 됐다.
잠실 |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