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자금모금 10억달러 눈앞… 트럼프보다 2배 넘게 앞서 조직선거로 매달 개인기부금 모아… 트럼프, 본인 자금에 의존해 ‘방심’
블룸버그통신은 ‘전(錢)의 전쟁’으로 불리는 미 대선에서 10억 달러 모금을 눈앞에 둔 클린턴 후보가 완승했다고 보도했다. 여러 선거 경험을 바탕으로 치밀하게 준비한 클린턴 진영이 ‘임기응변’과 ‘풀뿌리 정서’에 기댄 트럼프 진영을 압도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4월∼올 9월 클린턴은 선거운동본부를 통해 매달 1000만 달러 이상 총 4억6000만 달러의 개인 기부금을 모았다. ‘슈퍼팩(정치활동위원회)’을 통해서도 1억8300만 달러를 거뒀다. 개인 기부금은 개인이 후보를 특정해 2700달러 이하로 기부하는 선거자금을 말한다. 슈퍼팩은 대기업 등을 상대로 무제한 선거자금을 모은 뒤 독자적으로 특정 후보를 지지한다.
올해 클린턴의 최대 슈퍼팩인 ‘프라이어리티 USA 액션’은 1억5000만 달러 이상을 모았다. 하지만 트럼프 친구인 ‘콜로니캐피털’의 토머스 배럭 회장이 이끄는 트럼프의 최대 슈퍼팩 ‘리빌딩 아메리카 나우’는 겨우 2000만 달러를 모았다. 지난해 초 “대선에서 공화당 진영에 8억8900만 달러를 쓰겠다”고 공언한 석유재벌 찰스 코크와 데이비드 코크 형제는 트럼프의 이민정책에 반대하며 지갑을 열지 않았다.
허핑턴포스트는 “클린턴이 오바마 대통령의 선거운동 조직을 계속해 발전시켜 왔다”며 “이 점이 클린턴의 (모금 조직을) 효율적으로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이에 비해 트럼프는 선거전 초반 “내 돈으로 선거한다”고 허세를 피우다 당내 인사들과 계속 충돌하는 등 낭패를 자초했다.
본인 돈과 대출에 의존해 당내 경선에서 승리한 트럼프는 올 5월 말이 돼서야 선거운동본부 및 소속 정당과 공동 활동하는 합동모금위원회를 통한 자금 조달에 나섰다. 개인 기부금으로만 한 달에 1000만 달러 이상 자금을 동원한 것은 6월이 처음이었다.
이후 트럼프는 저소득층 백인 남성들을 끌어들이며 200달러 이하 소액기부 부문에서 클린턴을 앞서기도 했다. 6∼8월 석 달 동안 클린턴을 앞서며 ‘풀뿌리 선거자금’ 혁명을 이룬다는 찬사도 받았다. 하지만 잇단 막말로 9월에 다시 뒤졌다. 선거운동본부가 모은 선거자금 가운데 소액기부 비중은 26.3%로 클린턴(18%)보다 높지만 액수에서는 5900만 달러 대 8300만 달러로 뒤졌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