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의 사회학’ 獨 부데 교수 인터뷰
‘불안의 사회학’으로 유명한 사회학자 하인츠 부데 독일 카셀대 교수는 “불안으로부터 해방시켜 주겠다는 정치 선동가들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현대사회를 관통하는 키워드로 ‘불안(anxiety)’을 제시한 하인츠 부데 독일 카셀대 교수(62·사회학)는 최근 각국의 정치 상황에 대해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2014년 독일 사회에 내재한 불안의 실체를 밝힌 저서 ‘불안의 사회학’으로 국내 독자들에게도 친숙한 편이다. 부데 교수는 “‘공포(fear)’는 원인이 분명한 두려움이지만 불안(anxiety)은 대상 자체가 불분명한 두려움”이라며 “선동가들은 불안으로부터 해방을 약속하지만 불안은 해소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20일 주한 독일문화원과 한국독일동문네트워크 주최로 열린 학술회의 ‘현대인의 불안’에서 강연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그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현대사회의 문제를 ‘불안’이라는 키워드로 진단했다.
“현대사회의 전형적인 불안은 자수성가형 남성에게서 찾을 수 있습니다. 산업화 이후 수가 급격히 늘었는데 자신이 어떤 계층에 속하는지 애매한 상태여서 불안을 느끼죠.”
이들은 전후 산업화 시대에 적응하며 신분 상승을 했지만 벼락출세자라는 콤플렉스를 떨쳐내지 못한다. 부데 교수는 “이들은 여전히 물을 거슬러 수영하는 것처럼 삶이 고되다고 느낀다. 지금은 사람들이 박수를 보내지만 지위를 잃으면 아무것도 남지 않을 것이라는 불안이 이들을 압박한다”고 분석했다. 이런 불안은 “무분별할 정도로 자기 의사를 관철시키는 독단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중산층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배우면 성공한다’는 믿음마저 무너졌기 때문이다. 부데 교수는 “학벌과 자격증이 취업을 담보하지 않는 ‘번영의 위기’가 왔다”며 “대졸자가 13%였던 전후 세대와 달리 현재 독일에선 인턴 자리만 전전하는 젊은이가 넘쳐난다”고 전했다.
최근엔 대중의 불안을 이용하는 정치 세력들이 급부상하고 있다. 부데 교수는 “유럽에서 극우정당이 득세하고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주목받는 현실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들은 대중의 불안 심리를 자극해 ‘장벽을 쌓겠다’거나 ‘이민자를 막겠다’며 표심을 끌었다. 하지만 부데 교수는 “불안은 해소할 수 있는 감정이 아니다”라며 “진정한 정치가는 불안이 현실의 어디에 자리하고 있는지 짚어주고 시민들이 세상을 비난하지 않고 불안을 다스리며 살 방법을 알려주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인간은 평생 ‘불안의 덫’ 속에서 살아야 하는 걸까. 미래에 대한 긍정은 불가능한 것일까.
“순진한 낙관론자가 되지 말자는 겁니다. 낙관 없는 희망(hope without optimism)의 눈으로 세상을 보세요. 불안은 해소하는 것이 아니라 활용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것은 ‘불안에 대한 불안’입니다.”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