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원 부국장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2008년 4월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제부터 한국에 정보를 주겠다”고 말했다(이동관 회고록·도전의 날들). 노무현 정부 시절 대북 일변도 정책으로 금이 갈 대로 갔던 한미 관계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바에 따르면 버시바우 대사는 미 국무부에 타전한 외교전문에서 “남북 정상회담은 박선원 대통령통일외교안보전략비서관이 수년간 추진했으며, 이를 위해 4년 전 박 비서관과 이종석(전 통일부 장관), 서훈(전 국가정보원 3차장) 등 3명의 소그룹이 결성됐다”고 보고했다. 북한인권결의안 기권 방침에 반대한 송민순 당시 외교통상부 장관은 자신이 남북 정상회담 추진 사실을 미리 알 경우 회담을 (북한의) 비핵화 속도와 맞추도록 미국과 조율하자고 주장할 것이라는 판단에서 따돌림을 당한 것 같다고 회고했다. 한미 동맹을 중시하는 동맹파가 남북 관계를 중시하는 이른바 자주파에 왕따를 당한 것이다.
2007년 대통령통일외교안보정책수석비서관으로서 11월 15, 16, 18일 청와대 회의에 참석했으면서도 결의안 기권과 대북 문의 논란에 침묵하고 있는 윤병세 외교부 장관의 태도는 더욱 이해하기 어렵다. 정권을 바꿔가며 관직을 오래한다 해서 ‘영혼 없는 관료’가 황희 정승이나 서희가 되는 것도 아니다. 북한의 김정은만 좋아할 여야 간 이전투구의 조기 종식을 위해서도 윤 장관의 침묵은 끝나야 한다.
송 전 장관은 어제 “문재인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은 남북 정상회담 준비는 물론 회담 후에도 안보 관련 일련의 후속 조치에 대한 회의를 실질적으로 관장했다”고 밝혔다. 문 전 대표가 기억을 되살리고 윤 장관이 침묵에서 깨어나야 할 이유가 하나 더 늘었다.
박성원 부국장 sw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