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한국대표부에 지난해 10월 부임한 윤종원 대사는 요즘 전체 34개 회원국 중 중간에서 약간 아래인 한국의 위상을 절감한다. 선진국은 삶의 질을 높이는 ‘성장을 넘어서(Beyond GDP)’라는 논의를 구체화하는 반면 한국은 아직도 미미한 성장률 제고에 목을 매고 있다는 것이다. OECD 회원국의 모범 사례를 볼 때마다 윤 대사는 마음이 급하다. 사례를 분석하고 보고서를 번역해 어서 한국에 보내고 싶어서다. 그 바람에 직원들의 일감이 배로 늘었다.
▷오늘은 우리나라가 OECD 29번째 회원국이 된 지 20년이 되는 날이다. 1996년 OECD 가입을 위해 자본자유화를 실시한 것이 부메랑이 돼 경제 위기를 초래한 게 사실이다. ‘샴페인을 일찍 터뜨렸다’는 비판도 자초했다. 하지만 그동안 경제 규모는 2.3배로 늘었고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위상이 바뀌었다. 이제는 비정규직 비율이 회원국 가운데 4번째로 높고 자살률이 세계 1위라는 성장의 부작용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홍수용 논설위원 leg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