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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스덴 연설문 하루前 열람… 靑비서진 개편도 미리 알아”

입력 | 2016-10-25 03:00:00

[최순실 의혹 확산]최순실, 대통령 연설문 사전입수 의혹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문을 최순실 씨(최서원으로 개명·60)가 사전에 받았고 상당 부분 수정까지 했다는 의혹은 지금까지 최 씨와 관련해 제기됐던 여러 의혹의 수준을 뛰어넘는 것이다. 지금까지 경제 문화 체육계에 머물던 ‘최순실 게이트’가 청와대로 번지게 된 것이다. 만약 일부라도 사실로 확인되거나 최소한 청와대 실무자 단계에서 연설문을 주고받은 것이 확인되면 정권은 도덕성과 신뢰성에 치명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

 24일 JTBC 보도에 따르면 최 씨가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사무실 PC에는 각종 문서 파일 200여 개가 저장돼 있었다. 대부분 청와대 관련 내용이었다. 여기에는 대통령 연설문, 국무회의 말씀자료뿐 아니라 대선 후보 시절 유세문과 당선인 소감문까지 포함됐다. 최 씨가 파일을 열어본 시점은 대통령이 실제 발언했던 것보다 최장 3일 이상 앞선 시점이었다.

 앞서 최 씨의 최측근인 고영태 씨는 해당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씨가 유일하게 잘하는 것이 대통령 연설문을 수정하는 것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방송은 컴퓨터 파일 기록을 분석한 결과 최 씨 측이 연설문 44개를 파일 형태로 받은 시점이 모두 대통령의 실제 연설 전이었다고 밝혔다. 이게 사실이라면 고 씨가 제기한 의혹이 사실인 셈이다.

 방송은 최 씨 측이 드레스덴 연설문을 하루 전에 받아봤다고 보도했다. 박 대통령의 연설이 시작된 것은 2014년 3월 28일 오후 6시 40분경인데 파일 형태의 원고를 열람한 시간은 3월 27일 오후 7시 20분이라는 것이다. 특히 최 씨 측이 미리 받아본 원고에 적힌 붉은 글씨가 실제로 읽은 연설문에서 달라져 누군가가 연설문을 수정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당시 박 대통령은 드레스덴 연설문을 통해 “한국의 자본 기술과 북한의 자원 노동이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것을 의미하며, 장차 한반도 경제공동체 건설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고 밝혔다. 당시 연설은 국내외적으로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고 이번 정부의 국정 철학이 가장 잘 녹아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밖에 2013년 7월 23일 오전 박 대통령은 제32회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가 확정된 지 2년이 지났다. 국민 모두가 지혜와 힘을 모아서 성공적인 대회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컴퓨터 파일은 회의 시작 2시간 전인 8시 12분에 박 대통령의 모두발언이 저장돼 있었다. 방송은 최 씨 측이 청와대 인사까지 미리 받아본 정황도 보도했다. 2013년 8월 청와대 비서진 개편 당시 허태열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정무수석비서관, 민정수석비서관 등이 대거 교체된 ‘깜짝 인사’로 불렸다. 그런데 최 씨 측은 청와대 최측근 참모가 작성한 파일로 청와대 비서진 개편을 미리 알고 있었다.

 청와대 생산 문서는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밖으로 유출하면 안 된다. 대통령의 직무 수행과 관련해 생산되고 접수된 모든 기록물이 해당된다. 그중에서도 대통령의 연설문이나 국무회의 자료 등은 내용의 중요성 때문에 사전 보안을 철저히 지킨다.

 다만 JTBC는 이날 보도에서 최 씨 측이 받은 파일을 단순히 수정한 건지, 누군가에게 다시 건넸는지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일부 문서에선 내용 순서를 바꾸는 등 수정 흔적이 포착됐다. 파일이 담겨 있는 컴퓨터의 아이디는 최 씨의 딸 정유라 씨(20)의 개명 전 이름인 ‘유연’으로 돼 있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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