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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주은 회장, 사재 300억 들여 청년창업 돕는다

입력 | 2016-10-25 03:00:00

윤민창의투자재단 설립
“공부가 학생들 구원 못해 중고교생 위한 혁신창업 지원”
이사장은 오연천 울산대 총장




손주은 메가스터디그룹 회장은 “돈이 없어서 능력과 아이디어가 사장되는 일이 없도록 도와주겠다” 고 말했다. 동아일보DB

 “강의 시간에 ‘공부가 너희를 구원할 것’이라고 했거든요. 근데 저한테 배운 학생들이 지금 너무 어려우니까…. 저만 돈을 버는 게 늘 미안했습니다.”

 ‘사교육의 대부’ 손주은 메가스터디그룹 회장(55)은 청년 창업 지원을 위해 300억 원을 출연하고 윤민창의투자재단을 설립한 이유를 24일 이같이 밝혔다. 손 회장은 이날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교육사업으로 번 돈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약속을 지키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 서초구와 노원구의 상가 6개, 63억 원 상당의 부동산을 내놨다. 서초동 상가 한 곳은 재단 사무실로 쓰면서 청년들에게 창업 공간으로 빌려줄 계획이다. 나머지 237억 원은 모두 현금이다. 13일 중소기업청에 재단 등록을 하며 100억 원을 출연했고, 나머지는 단계적으로 출연한다.

 청년 창업을 지원하기로 한 건 더 이상 공부가 학생들을 구원할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손 회장은 “이제 명문대 나온다고 금수저가 될 수 없다는 걸 대부분 잘 알지 않느냐”며 “성공하고 싶으면 기득권의 안전장치가 없는 곳으로 치고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단의 목표는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가진 청년 창업가에게 혁신적인 창업을 이끌어내고 일자리 창출로 연결하는 것. 20, 30대 중 창업을 하려 하거나 창업 초기 단계인 청년들을 심사해 메가인베스트먼트(메가스터디 자회사)가 지분을 투자할 방침이다. 손 회장은 “수익이 안 나도 사회적 의미가 있는 창업, 특히 중고교생을 위한 창업이라면 적극 지원할 생각”이라고 했다. 1기 지원 대상과 규모는 곧 공고할 예정이다.

 재단 명칭인 ‘윤민’은 1991년 교통사고를 당해 이듬해 숨진 손 회장의 딸 이름이다. 손 회장은 “커서 백성을 윤택하게 하라고 지어준 이름인데 1년밖에 못 살았다”며 “늘 ‘나중에 회사가 성장하면 이름을 윤민으로 바꾸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손 회장은 대학 졸업 전 일찍 결혼한 터라 생계비 마련을 위해 과외 선생이 됐다. 그러다 교통사고로 두 아이를 잃은 뒤 학원 사업에 뛰어들었다. 2000년 자본금 3억 원, 직원 5명으로 설립한 온라인 교육 벤처기업 메가스터디는 현재 임직원 2000여 명에 시가총액이 1327억 원인 코스닥 상장업체로 성장했다.

 28일 발족하는 재단의 이사장은 오연천 울산대 총장(65·전 서울대 총장), 이사는 손 회장과 이영민 서울대 벤처경영기업가센터 산학 교수 등 4명이 맡았다. 오 총장은 “손 회장이 학원에서 가르친 학생에게까지 장학금을 주고 격려하는 걸 보며 ‘젊은이들 미래에 관심이 많구나’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오 총장과 이사들은 무보수 비상근으로 일한다.

최예나기자 ye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