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불법행위 위자료 산정안 확정
대법원은 20일 전국 법원의 법관 44명이 참여한 ‘사법 발전을 위한 법관 세미나’에서 불법 행위 유형별로 이 같은 위자료 산정 방안을 확정했다고 24일 밝혔다. 이번 결정은 기존의 위자료 인정액이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법조계 안팎의 인식에 따라 법원이 합리적이고 실효성 있는 위자료 적정선을 단계적으로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세미나에서 법관들이 나눈 불법 행위 유형은 크게 △영리적 불법 행위 △대형 재난 △교통사고 △명예훼손 등 4가지로, 새 위자료는 3단계에 걸쳐 산정된다. 유형별로 위자료 기준액수가 있고 법원이 정한 특별가중인자가 있는 경우 기준 금액의 2배로 늘리는 식이다. 재판 중 참작해야 할 가중·감경 사유가 있다면 기준액의 특별가중액의 50%를 증액 또는 감액하게 된다.
명예훼손 사건도 피해자의 정신적 고통, 재발에 대한 억제 및 예방의 필요성을 고려해 세분된 위자료 책정안이 나왔다. 특히 명예훼손으로 직업이나 사회적 지위가 박탈되거나 현저하게 저하된 경우, 브랜드 가치와 신용이 심각하게 떨어져 사업자가 기존 영업을 유지하기 어려운 경우는 중대 피해로 간주해서 이런 사유가 중첩되면 가해자가 3억 원 이상의 위자료를 물게 될 수 있다.
항공기 추락이나 건물 붕괴 등 대형 재난 사고는 고의적 범죄로 인한 사고이거나 부실 설계나 시공·제작, 관리·감독에 중대한 주의 의무나 안전 의무 위반이 있는 경우, 관리·감독기관이 운영·시공업체 등과 결탁한 경우 사망한 사람에게는 법원이 6억 원의 위자료를 책정할 수 있다.
그간 교통사고로 사망한 경우 법원이 위자료 상한 1억 원을 근거로 정해 왔지만 이번 새 기준에 따라 음주운전, 뺑소니 교통사고 등 중대한 과실로 인한 사망 사고가 발생한다면 2억 원을 가중된 기준 금액으로 적용하고, 특별한 사유가 더 발견되면 3억 원 이상도 가능하도록 정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방안은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에도 당장 적용할 수 있으나 교통사고는 사회적 파급 효과를 고려해 점진적으로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