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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윤종의 쫄깃 클래식感]발레 ‘잠자는 숲속의 미녀’에 옛 프랑스 국가가 왜?

입력 | 2016-10-25 03:00:00


앙리 4세

 로시니의 오페라 ‘랭스 여행’을 보면 마지막 장면에서 귀에 익은 선율이 나옵니다. 등장인물 모두가 새 프랑스왕 샤를 10세의 즉위를 축하하는 노래를 부르는데, 이 부분의 선율이 차이콥스키의 3대 발레곡 중 하나인 ‘잠자는 숲 속의 미녀’ 마지막 장면과 같거든요.

 발레 ‘잠자는 숲 속의 미녀’는 오페라 ‘랭스 여행’보다 거의 70년이나 더 지나 세상에 나왔습니다. 차이콥스키가 로시니의 명선율을 모방한 것일까요?

 이 선율은 실은 프랑스혁명 이전의 프랑스 국가인 ‘앙리 4세 행진곡’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앙리 4세 만세’라는 제목으로도 불렸습니다. 원래는 왕 이름을 붙인 민요였는데, 언젠가부터 국가로 쓰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처음 민요 시절의 가사는 우스웠습니다. “앙리 4세 만세/용감한 왕이시며/끔찍한 악마이시며/세 가지 능력을 가지신 바/술, 싸움 그리고 여자를 유혹하는 것이로다….” 물론 국가가 되었을 때는 경건한 가사로 바뀌었습니다.

 우리에게 더 익숙한 프랑스 국가는 대혁명기의 혁명가에서 출발한 ‘라 마르세예즈’입니다. 현재도 사용되는 국가인데, ‘무장하라, 시민들이여/대오를 정렬하라/전진, 전진/저 더러운 피가 고랑을 적시도록’이라는 살벌한 가사 때문에 어린이에게 부르도록 하는 것이 괜찮은지 논란도 종종 벌어집니다.

 이 선율도 차이콥스키가 나폴레옹의 러시아 침략과 패퇴를 묘사한 ‘1812년 서곡’에 삽입한 바 있습니다. 차이콥스키는 프랑스혁명 전후의 프랑스 국가를 모두 자기 작품에 넣어본 셈이군요. 그런데 정작 나폴레옹 전쟁기인 1812년 당시에는 ‘라 마르세예즈’가 아직 프랑스 국가로 쓰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국립발레단이 11월 3∼6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차이콥스키의 3대 발레 중 마지막 작품이자 가장 장대한 거작인 ‘잠자는 숲 속의 미녀’를 무대에 올립니다. 늘 그렇듯이, 마지막 장면에 옛 프랑스 국가가 등장합니다. 침착한 오보에 연주로 시작해 전 관현악이 화려한 합주를 이어 나갑니다. 무대 위에 펼쳐지는 발레뿐 아니라 음악만 들어 보아도 매우 인상 깊은 장면입니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