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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뷰티]매년 CT 검진 받아야 하는 고위험 흡연자 “방사선 무서운데…”

입력 | 2016-10-26 03:00:00


사망률 가장 높은 폐암
조기 진단하면 생존율 70% 이상
주기적으로 검사 받는 게 중요

필립스 신기술 적용한 저선량CT
방사선 피폭량 줄이면서
노이즈 낮춘 선명한 영상 제공


 #. 50대 후반인 A 씨는 담배를 하루 한 갑 이상 피운다. 흡연 기간이 벌써 30년을 넘었다. 건강을 위해선 금연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

 최근 A 씨는 지인이 폐암 진단을 받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A 씨도 폐암 검진을 받았다. 다행히 아직까지 이상이 없었지만 장기간 담배를 피운 탓에 폐암 발생 고위험군으로 매년 흉부 CT 검진을 받는 것이 좋겠다는 의사 소견을 받았다. A 씨는 의사의 조언에 따라 내년에도 검진을 하기로 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방사선에 계속 노출되는 것이 괜찮을지 걱정이 된다.

필립스의 반복재구성 기술 IMR이 적용된 CT 장비로 촬영하고 있는 모습. 흉부 CT의 경우 기존에는 6∼7mSv의 방사선이 필요했지만, IMR 기술을 활용하면 0.05mSv 정도의 방사선으로도 기존과 비슷하거나 더 나은 영상을 얻을 수 있다. 필립스 제공



 암은 33년째 한국인 사망원인 부동의 1위다. 특히 폐암은 전체 암 중에서도 사망률이 인구 10만 명당 34.1명으로 가장 높고, 5년 이상 생존율은 두 번째로 낮다. 초기 증상이 없다가 전이 등으로 병세가 위중해지면서 발견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폐암은 조기 발견하면 5년 이상 생존율이 70%를 넘지만 말기에 발견하면 3%에 불과하다. 따라서 전문의들은 평소 금연 등 건강한 생활 습관을 유지하고 정기적인 검진으로 조기에 찾아내는 것이 암을 치료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9월 보건복지부는 제3차 국가 암관리 종합계획안을 발표하면서 국가 암검진 항목에 폐암을 포함했다. 이로써 내년부터는 총 6개 암에 대한 무료 검진이 실시된다. 폐암 검진 대상은 55세 이상 74세 미만 중 흡연력 30갑년(pack year) 이상의 흡연자다.



고위험 흡연자 정기적 CT 검진 필요

 폐암 검사로 흉부 엑스레이와 CT 검사가 주로 사용된다. 그러나 최근에는 CT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2011년 ‘미국 국가 폐 검진 임상연구(National Lung Screening Trial· NLST)’에서 5만3000여 명의 고위험군 흡연자를 대상으로 저선량 CT검사와 흉부 엑스레이 검사를 각각 나눠서 실시하였다. 그 결과, CT 검사를 받은 군이 흉부 엑스레이로 검사를 받은 군보다 정확한 검진을 바탕으로 폐암 사망률을 20%나 감소시킬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바탕으로 국가암정보센터를 포함한 세계 폐암 관련 기관과 학회에서는 고위험군에 한해 매년 저선량 흉부 CT를 받을 것을 권고하고 있다. 서울대병원 영상의학과 구진모 교수는 “엑스레이 촬영 시 심장 등 흉부에 있는 다른 장기가 폐 전체 부피의 20% 정도를 가린다. 또한 구조물들과 중첩되어 병변들이 잘 안 보일 때가 종종 있다. 특히 1cm 이하의 작은 폐종양은 엑스레이만으로는 발견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반면 흉부 CT를 촬영하면 폐구조물을 세밀히 볼 수가 있다. CT는 흉부 엑스레이에서 발견된 병변을 자세히 평가할 필요가 있거나 엑스레이에서는 잘 안 보이지만 폐병변이 의심될 때 기본적으로 사용하는 영상 기법이다”고 설명했다.

 CT는 엑스레이보다 많은 양의 방사선을 사용하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CT 촬영에 따른 다량의 방사선 피폭을 염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그러나 최근 폐암 검진에는 기존보다 방사선량을 크게 줄인 저선량 CT가 주로 사용된다. 정부가 내년부터 시행할 예정인 고위험군 흡연자를 대상으로 하는 폐암 검진 시범사업에서도 저선량CT로 촬영하게 된다. 보통 심장 등 혈관 구조물도 함께 보아야 하는 흉부 CT 촬영 시 노출되는 방사선량은 6∼7mSv지만, 폐구조물만 주로 평가하게 되는 저선량CT는 이를 5분의 1에서 10분의 1 이하로 크게 낮춘다. 구 교수는 “필요 없는 방사선 노출은 피해야 하지만 의학적으로 필요한 경우 잠재적인 해악보다 검사로 얻는 정보가 더 크므로 적절한 검사를 시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장비와 영상 기법의 발전으로 이전 보다 방사선 조사를 줄이면서도 영상의 질은 유지하는 것이 가능해졌다”고 설명한다.

저선량CT, 핵심은 반복 재구성 기술

 일반적으로 방사선을 적게 쓰면 영상의 질이 떨어져 정확한 진단을 내리는 데 어려움이 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최소한의 방사선으로 선명한 영상을 얻을 수 있는 기술 개발에 공들여 왔다. 그 결과, 대부분의 CT 검사를 1mSv 이하의 방사선량으로 진행하면서도 기존과 비슷하거나 더 나은 품질의 영상을 얻을 수 있는 기술이 등장했다. 바로 ‘반복재구성’ 기술이다. 이 기술은 매우 적은 방사선량을 사용해 영상을 촬영한 뒤, 컴퓨터 연산을 반복하여 노이즈를 줄이고 영상을 선명하게 만든다. 대표적으로 필립스사의 IMR(Iterative Model Reconstruction)이 있다.

 IMR 기술을 활용하면 방사선 피폭량을 기존 대비 60∼80% 줄이면서도 노이즈를 낮춘 영상을 얻을 수 있다. 특히, 흉부 CT의 경우 방사선사용량을 0.05mSv까지 크게 낮출 수 있다. 컴퓨터 연산 과정에서 복잡한 알고리즘이 필요한 반복 재구성 기술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슈퍼컴퓨터를 도입한 것이 특징이다. 이로써 연산 속도가 향상돼 흉부, 복부, 신경, 두경부, 심장혈관 검사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위의 검사에 IMR을 적용할 수 있다. 이 같은 방사선 저감 기술은 주기적으로 CT 검진을 받아야 하는 고위험군이나 지속적인 경과 추적이 필요한 암환자, 방사선에 민감한 소아 등에게 큰 의미를 지닌다.

 암의 조기 진단에 있어 CT와 같은 방사선 검사의 역할이 점차 중요해지는 가운데, 환자의 안전을 위한 의료 기술은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