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중반 A씨는 한달에 다만 얼마간이라도 키우는 개를 위해 저금한다. 적으면 5만원, 어떨 때는 10만원까지 붓기도 한다.
그 개와 함께 여행을 가거나 값이 좀 나가는 물품을 사기 위한 것이 아니다. 이 예금의 목적은 단 하나. 바로 개가 아플 때를 대비해서다. A씨에게는 이 예금이 곧 보험이다.
하지만 다른 반려동물 선진국들과 달리 우리나라는 좀처럼 활성화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우리나라 펫보험의 시초로는 지난 2007년 말 현대해상이 내놓은 하이펫애견보험이 꼽힌다.
보험사들이 뒤를 이어 앞다퉈 펫보험을 내놨지만 대부분 슬그머니 사라졌고, 현재는 롯데손해보험과 삼성화재 두 곳만 펫보험을 취급하고 있다.
최근 몇년새 반려동물이 늘면서 펫보험도 증가하고 있지만 그 속도는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편이다. 보험 가입률은 많이 잡아도 0.1%.
'보험 대상 동물과 유사한 외모의 동물을 이용해 보험금을 수령하거나 반려동물의 연령을 속이고 보험에 가입한다.'
'동일한 진료행위에 대한 진료비가 병원별로 상이하고, 진료비용 추정이 어려워 손해율의 체계적 관리가 어렵다.'
정부가 내놓은 펫보험 비활성화의 요인이다. 펫보험이 활성화되지 않은 것이 전부 보호자와 동물병원 탓인양 들린다.
보험상품에는 문제가 없는 것일까. 보호자들은 펫보험 상품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혹평을 내놓고 있다.
상해와 질병, 그리고 상품별로 입원비와 통원비 등을 보장한다. 연간 보상한도는 치료비의 70% 한도 안에서 최대 500만원(삼성화재 기준)까지다.
삼성화재의 보험상품은 자신의 반려동물이 남에게 입힌 상해도 보장한다.
얼핏 보면 들어 두면 나쁘지 않을 것같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늙지 않았고, 유전적으로도 문제가 없으며 건강한 개체'를 대상으로 한 보험상품임을 알게 된다.
사람에서의 실손보험을 생각했던 보호자라면 바로 이 지점부터 보험 가입에 회의감을 느끼게 된다.
첫째, 나이 제한. 한 번도 가입한 적이 없다면 만 7세가 넘어갈 경우 보험에 가입할 수 없다. 7세 이전에 가입한 경우 갱신을 통해 대략 12살까지 보험에 들 수 있다.
현재 동물병원 진료매출의 70% 이상이 노령 반려동물에서 나올 정도로 만 7세가 넘어가는 반려동물은 병치레를 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만 7세 이전이라면 각종 질병 등으로 병원을 찾을 일도 그다지 많지 않다. 사람과 마찬가지다.
이런 나이 제한을 두게 되면 보험에 가입할 유인이 떨어진다.
둘째, 유전병 등 예외 조항. 약관을 살펴보다보면 예방접종으로 예방이 가능한 질병-예를 들어 파보장염, 디스템퍼 등-과 함께 견종별로 호발하는 유전병에 대해서도 보장하지 않는다.
예방접종을 제대로 하지 않아 발병하는 질병이 꽤 많고, 특히 우리나라 개에게서는 유전병도 무시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반려동물 유전질환 검진서비스 'PetGPS'가 지난 8월 수도권 동물병원 11개소와 함께 시츄 77마리의 혈액을 채취, 유전자 돌연변이 여부를 검사해 본 결과 절반 이상이 녹내장과 신장질환에 걸릴 가능성을 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푸들은 슬개골 탈구가 자주 일어나며 국내 골든리트리버 역시 특정 유전질환에 취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유전질환이라는 이유로 보장을 하지 않는다니 보험 가입 의지는 더욱 꺾인다.
또 최소 30%는 본인 부담이며 예방접종비는 물론이고 한의학 등 대체의학 등도 보장되지 않는다.
셋째, 결코 싸지 않은 보험료.
대체로 소형견이라도 연간 최소 40만원 가량의 보험료를 예상해야 한다. 이 정도라면 중년 사람의 실손보험료와 맞먹을 정도다.
보험 가입자가 많지 않아 보험료가 비싼 까닭은 있지만 보호자 입장에서 꺼릴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보험에 가입해도 일찍 아프기 시작한 경우가 아니거나 골절처럼 수술할 경우가 없으면 '과연 필요할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보험사가 당장 펫보험을 팔아 수익을 얻으려 하지 말고 시장을 키워 간다는 생각도 해줬으면 좋겠어요."
6살 대형견과 3살 중형견을 키우고 있는 보호자 B씨가 펫보험을 들지 않는 이유다.
* 본 기사의 내용은 동아닷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