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아이폰은 얼핏 보면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것 같다. 하지만 실제로 만져보면 보기와는 달리 차갑고 무거운 금속 재질임을 알 수 있다. 이처럼 하나의 물체를 여러 감각기관이 다르게 해석하는 현상을 '감각 불일치(sensory disconfirmation)'라고 부른다. 최근 미국 오리건대와 캐나다 요크대 연구진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이렇게 시각과 촉각의 감각 불일치 효과는 그 브랜드의 성격에 따라 소비자의 제품 구매 의사에 긍정적 혹은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연구진은 276명의 미국 대학생을 대상으로 이를 실험했다. 이들은 MAKKA라는 팝콘 브랜드가 실제로 존재하는 것처럼 웹사이트를 만들고 젊은 감각에 맞게 예쁘고 신나는 느낌으로 꾸며놓았다. 그런 다음 세 가지로 다르게 제작된 용기에 팝콘을 담아 학생들에게 구매 의도를 물어보았다. 첫 번째 용기는 평범한 플라스틱 재질이었다. 두 번째 용기는 값비싼 알루미늄 재질이지만 플라스틱 재질인 것처럼 보이도록 디자인됐다. 세 번째 용기는 얇고 값싼 종이 재질이지만 역시 플라스틱 재질인 것처럼 보이도록 디자인됐다.
학생들은 이 중 플라스틱처럼 보이는 고급 알루미늄 용기, 즉 '긍정적 감각 불일치' 제품을 가장 선호했고, 플라스틱처럼 보이는 값싼 종이 용기, 즉 '부정적 감각 불일치' 제품을 그 다음으로 좋아했다. 일반 플라스틱 용기에 대한 선호도가 가장 낮았다. 즉 감각 불일치 현상을 잘 활용하면 제품의 포장비용을 줄이면서도 판매를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브랜드의 느낌이 다르면 제품 디자인과 포장도 달라야 한다. 사람들은 애플 같은 혁신적 브랜드에는 흥미진진한 제품을 기대한다. 반면 노키아나 포드 같은 보수적인 느낌의 브랜드에는 예측할 수 있는 범위 내의 제품을 기대한다. 만일 자사의 브랜드가 보수적인 느낌이라면 억지로 감각 불일치 효과를 시도하는 것보다는 이미 형성된 브랜드 성격을 유지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조진서 기자 cj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