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구 “관광객 1000만명 유치… 인프라 구축 위해 연내 지정” 예술인 “호텔-면세점 들어서면 인디문화 특성 뿌리째 뽑힐 것”
최근 홍대 앞 상권이 다시 시끄럽다. 마포구가 추진하는 ‘홍대 관광특구’ 지정 탓이다. 25일 마포구에 따르면 올해 3월 홍대입구와 합정동 서교동 상수동 등 일대 상권을 포함한 약 99만3000㎡를 관광특구로 지정하는 계획이 발표됐다. 마포구는 이달 중 나오는 연구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연내 서울시에 특구 지정을 신청할 계획이다. 마포구 관계자는 “지난해 서울 및 수도권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1100만 명 중 651만 명이 마포를 다녀갔다”며 “2020년 1000만 명 시대를 앞두고 관광 인프라 구축을 위해 특구 지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관광특구는 △최근 1년간 외국인 관광객 수 50만 명(서울 외 지역은 10만 명) 이상 △관광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숙박시설 등의 요건을 갖춰야 지정될 수 있다.
이들은 홍대 앞이 중구의 명동·남대문·북창동, 동대문 패션타운, 용산구 이태원, 종로구 종로·청계 등 기존 서울의 다른 관광특구와 성격이 다르다고 주장한다. 문화평론가 김작가 씨는 “명동의 사례에서 보듯 관광특구로 지정되면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호텔과 면세점만 우후죽순 늘어날 것”이라며 “그나마 홍대 일대에 남아 있는 문화예술 생태계마저 송두리째 뿌리 뽑힐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서울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젠트리피케이션’(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원주민이 떠나는 현상)도 홍대 주민들의 위기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홍대의 ‘마지막 인디클럽’으로 알려진 라이브클럽 ‘타’는 임차료 상승을 못 이겨 이달 초 문을 닫았다. 이는 홍대 문화의 위기를 나타내는 상징적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반대 측은 관광특구 지정이 이런 문제점을 더욱 심화시켜 홍대의 개성을 없애는 ‘사막화’ 현상을 초래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마포구는 이런 주장이 기우라는 의견이다. 마포구 관계자는 “홍대 지역이 갖고 있는 문화예술 분야의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겠다”라고 말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