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국정개입 어디까지]최순실 PC파일 목록 분석해보니
○ 국정 운영 얼마나 들여다봤나?
‘최순실 파일’의 파일명 ‘정부조직개편안 평가’, ‘고용복지-업무보고-참고자료’, ‘가계부채―B’ 등은 각각 행정, 복지, 경제 관련 국정 운영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양승태 대법원장 면담 말씀자료’, ‘121228 청와대회동’ 같은 파일은 박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누구를 만나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 최 씨가 파악하고 있었음을 짐작하게 한다.
외교적 마찰을 부를 수도 있는 대외비 외교문서도 ‘최순실 파일’에 포함됐다. ‘아베 신조 총리 특사단 접견 자료’ 파일은 박 대통령이 취임 직후 일본 아베 신조 총리의 특사단을 만나서 할 대화의 가이드라인이 담겨 있을 확률이 높다. ‘호주 총리 통화 참고자료’처럼 박 대통령이 다른 나라 국가 원수와 대화를 나눈 내용까지 포함돼 있다.
○ 청와대 인사에도 개입?
파일 목록에는 ‘대통령당선인 대변인 선임 관련’, ‘역대 경호처장 현황’, ‘홍보 SNS 본부 운영안’ 등 인수위원회 및 청와대 인사 관련 자료도 포함됐다.
JTBC에 따르면 ‘홍보 SNS 본부 운영안’을 최 씨가 받은 건 2012년 12월 29일이었다. 이 문건에 있는 변추석 본부장은 2013년 1월 4일 실제 대통령직인수위 홍보팀장으로 임명됐다. ‘역대 경호처장 현황’ 문건은 청와대 경호처장 현황과 군인, 경찰, 경호처 출신들의 장단점과 후보군까지 자세하게 소개했다.
TV조선은 또 김종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이 인사청탁 e메일을 최 씨 측에 전달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김 차관은 늦은 밤 수시로 최 씨를 만나 ‘회장님’이라고 부르며 현안과 인사 문제를 보고했다고 TV조선은 보도했다. 김 차관은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 대통령 이미지까지 관리?
‘우표시안’ ‘우표제안’ ‘나만의 우표 사진교체’ 등 우표 제작을 위해 필요한 파일도 나왔다. 2013년 대통령 취임식에 맞춰 발행된 박 대통령 취임 기념우표 제작 관련 파일로 추정된다. 최 씨가 기념우표 제작에도 관여했을 수 있다. ‘오방낭’이라는 파일도 있다. 박 대통령은 취임식이 끝난 뒤 카퍼레이드를 마치고 광화문광장에 도착해서는 ‘희망이 열리는 나무’ 행사에 참석했다. 이 나뭇가지에 달린 장식이 오방낭으로 청·황·적·백·흑 오색 비단을 모아 만든 주머니를 뜻한다. 당시 취임식 준비 과정에 참여한 한 인사는 취임식을 준비한 기획사 측에서 애초 국보 1호인 숭례문에 대형 오방낭을 씌우자고 제안했지만 문화재청에서 난색을 보여 결국 무산됐다고 전했다.
○ 파일만 받았을까?
박 대통령은 “(최 씨와의 의견 교환은) 청와대 보좌 체계가 완비된 이후 그만뒀다”고 했다. 최 씨의 PC엔 드레스덴 연설문을 수정한 2014년 3월까지의 파일이 보관돼 있었다. 2014년 3월은 박관천 전 경정의 청와대 자료 유출 의혹이 내부적으로 본격화되던 시점이다.
박훈상 tigermask@donga.com·송찬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