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원들 혼밥-혼술에 도전하다
tvN 드라마 ‘혼술남녀’에서 진정석(하석진·위쪽 사진)이 혼술을 하고 있는 장면. 혼밥을 꽤나 경험해본 에이전트41(김배중 기자)은 혼밥 최고 레벨인 10 ‘고깃집 혼밥’에 도전해 삼겹살 3인분, 소주 1병으로 깔끔하게 성공했다. 혼밥 고수들은 “기왕이면 깔끔한 차림새로 자연스럽고 당당하게 주문하라”고 조언했다. tvN 제공
요원들이 상위 레벨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혼밥 하수인 에이전트2(정양환)가 패밀리레스토랑과 점심 때 줄서는 맛집에, 중수 이상인 에이전트41(김배중)이 고깃집과 뷔페를 체험했다. 혼밥에는 어떤 미학과 고충이 담겨 있을까.
○ “여성 가득한 승강기에 홀로 탄 기분”
사건은 한창 젓가락질하는 와중에 발생했다. “손님, 합석 되죠?”에 답할 겨를도 없이, 여성 2명이 맞은편에 앉았다. 앞자리 남정네가 ‘윌슨’(MBC ‘나 혼자 산다’ 곰 인형)으로 보이나. 온갖 수다를 쏟아냈다. 난 냉면 먹으며 왜 립밤 구입 요령을 배워야 하나.
다음 날, 레벨8 패밀리레스토랑. 역시 점심때라 바글바글. 한 번 해봤다고 성큼성큼 들어섰다. 설마 여긴 합석은 없겠지. 헉, 근데 90% 이상 여성 고객. 이성만 잔뜩 탄 엘리베이터에 발을 내딛는 느낌이랄까. 흘깃흘깃 쳐다본다는 착각마저 들었다.
매력도 있다. 요리에 집중하기 좋았다. 브로콜리가 꼼꼼히 씹으면 이런 식감이구나. 육질도 입에 착착 감겼다. 후배에게 온 업무 문자도 반가웠다. 바쁜 짬을 쪼개 여유를 즐기는 문화인. 살짝 우쭐해졌다.
긴장을 놓친 탓일까. 디저트를 기다리며 웹툰을 보다 ‘킥’ 웃음이 터졌다. 아뿔싸. 0.1초 찰나 모여든 눈빛. 땀방울이 피처럼 흘러내렸다. 순간 방심에 치명적인 내상을. 앞으로 혼밥 때 개그 만화는 금기.
레벨9 뷔페에 나선 에이전트41. 평소 혼밥을 가뿐히 여긴 터라 ‘마실’ 나가는 기분. 일부러 유동인구 많은 홍익대 인근으로 골랐다.
아, 근데 고등학생 단체손님이 있을 줄이야. 교복에 둘러싸인 스타의 꿈을 잡채 앞에서 이루다니. 음식을 담으러 갈 때마다 자꾸 타이밍을 노리게 된다. 너무 많이 담았는지 ‘자기 검열’까지.
테이블에 남겨둔 가방도 신경 쓰인다. 메고 가면 더 이상하겠지? 40대 혼밥 고수 A 씨(자영업자)는 “화장실 등 잠시 자리 비울 때가 가장 불편하다”며 “간혹 음식을 치우기도 하니 종업원에게 말해 두는 게 상책”이라고 조언했다.
물론 중수 이상인 에이전트41은 곧 적응을 마쳤다. 커피랑 아이스크림을 가져와 ‘아포가토’도 제조해 먹었다. 그러나 목표량을 채우진 못했다. 혼밥의 다이어트 효과인가.
그러나 묘하게 ‘심리적 압박’이 밀려오는 고비가 있다. 이상하게 고기가 안 익는 불판. 1인분을 3번째 시킬 때 이모의 눈빛. 소주 한잔에 저절로 나온 ‘캬’. 그걸 다 먹고 혼자 계산하는 카운터 앞. 위대(偉大)하고자 했으나 위대(胃大)만 했던 게 아닐까. 왜 그럴까. 또 다른 고수인 30대 직장인 B 씨는 이를 ‘모호한 정체성 탓’이라 진단했다.
“게임하듯 접근해서 그래요. 혼밥혼술의 핵심은 ‘자기 위안’에 있습니다. 타인의 시선에 성가시기 싫고, 오늘 하루도 수고했다고 스스로 다독거리는 거죠. 거기에 무슨 유별남이나 독특함이 필요할까요? 각자 취향 따라 사는 생활 방식일 뿐입니다.”
그래, 혼밥혼술은 무슨 유행이 아니다. 그저 하나의 일상일 뿐. 거기에 색안경을 쓰고 덤빈 요원들이 문제였다. 우리 이제 혼밥을 그냥 내버려두자. (다음 편에 계속)
정양환 기자 ray@donga.com·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