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이 때문에 몇 년 전부터 전 세계적으로 논의되는 이슈가 바로 ‘잊혀질 권리(Right to be forgotten)’입니다. 잊혀질 권리란 광범위하게 게재된 자신과 관련된 온라인 정보를 삭제하도록 요구할 권리를 말합니다. 미국에는 일명 ‘온라인 지우개법’이 있고, 이 법을 근거로 SNS와 인터넷 등의 게시물로 피해를 보는 사람은 인터넷 업체에 게시물 삭제를 요청할 수 있었습니다. 현재는 대부분 게시물을 작성한 사람만이 삭제할 수 있지만, 다른 사이트로 이미 옮겨진 게시물들은 지울 수가 없기 때문에 게시물이 일파만파 퍼져도 특별한 조치를 취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래서 ‘디지털 장의사’가 필요합니다. 외국에서는 주로 고인의 디지털 세상 속 흔적을 지워 주는 사람으로 한정짓는 편이지만, 디지털 정보를 삭제해서 처리한다는 의미로 해석하면 그 대상은 꼭 고인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디지털 장의사는 넓은 의미에서 사이버 평판 관리의 한 영역에 포함된다고 봅니다. 그래서 ‘사이버 평판 관리자’라는 직업도 최근 주목을 받고 있죠.
또 이 분야의 어떤 전문가는 디지털 세상 속에도 인권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디지털 세상 속에서 침해받는 인권을 회복하려면 ‘잊혀질 권리’를 행사하고, 게시물 속 주인공이 허위 정보로 피해를 보지 않도록 또는 사생활을 보호받도록 돕는 방안이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이런 사회적 장치가 중요하다고 공감하는 사람이라면, 앞으로 사이버 평판 관리와 디지털 장의업이 어떻게 발전하는지 관심을 가져도 좋을 듯합니다. 미래엔 이런 서비스를 만날 일이 늘고 시장도 더 커질 테니까요.
이랑 한국고용정보원 전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