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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영배 전문기자의 풍수와 삶]김정은의 관상, 평양의 명운

입력 | 2016-10-26 03:00:00


안영배 전문기자·풍수학 박사

안영배 전문기자·풍수학 박사

 국가정보원이 밝힌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최근 동향을 보면서 얼마 전에 만난 두 전문가의 말이 떠올랐다. 한 사람은 관상을 동물에 비유해 주목을 받고 있는 ‘동물관상학’ 전문가. 그는 공포정치를 서슴지 않는 김정은에 대해 “사자와 복어가 섞인 관상”이라고 평했다. 김정은은 이마에서 코까지가 ‘사자상’인데 그 기운으로 권력을 얻는 데는 성공했지만, 지금은 입 부위의 ‘복어상’에서 나오는 살기가 너무 강하다고 했다.

 복어는 위험을 느끼면 몸을 풍선처럼 부풀려 상대를 제압하려 한다. 덩치에 비해 입이 작아 나약해 보이지만 사람을 죽일 정도의 맹독을 품고 있다. 복어상 인물은 주변으로부터 위협을 느끼면 느낄수록 허세를 강하게 부린다고 한다. 김정은이 자신이 최고임을 과시하기 위해 끊임없이 주변을 숙청하는 것도 그래서라는 것. 그 관상 전문가는 “여러 동물이 섞인 관상은 원래 불길함을 암시하는데, 핵과 미사일 실험으로 허세를 부리는 김정은은 너무 많은 독을 뿜어 대 자신의 미래까지 어둡게 만들고 있다”라고 했다. 

 역사학을 전공하는 한 한국인 교수는 김정은의 집권 기반인 평양에 관해 흥미로운 사실을 알려 줬다. 그는 중국 사회과학원에서 동북방 지역의 역사고고학을 연구하고 있는데 “최근 평양 문제와 관련한 중국 사학자들의 연구 태도가 달라졌다”라고 전했다. 중국 학자들이 당나라가 668년 고구려를 무너뜨린 뒤 고구려 수도에 설치했다는 안동도호부(安東都護府)가 지금의 평양이라는 학설에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다는 것. 그러면서 고구려의 평양은 지금의 북한 평양이 아니라 중국 랴오닝(遼寧) 성 랴오양(遼陽) 어디쯤일 것이라고 추론한다는 것. 그 교수는 “랴오닝 성이 최근 수년간 랴오닝의 역사 연구와 유적 조사를 대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사실을 적잖게 발견하면서 제기하고 있는 견해”라고 말했다. 


 사실이라면 흥미롭다. 동북공정으로 대동강의 평양성까지 만리장성의 일부로 집어넣으려 한 중국이 아닌가. 중국은 지금까지도 ‘역사 연고주의’에 의한 영토 정책을 고집하고 있다. 국제 분쟁이 있는 지역에서 그곳이 예전에 자국 영토였음을 입증함으로써 영유권을 주장하는 정책이다. 얼마 전 분쟁을 겪은 난사 군도가 대표적 예다. 중국이 평양을 넘보고 있는 것도 김정은 정권이 붕괴했을 경우 그 관할권이 중국에 있음을 주장하려는 사전 포석인 것이다.

 그런 중국이 현재 북한의 평양에 대한 연고권을 포기하려 한다면 역사 갈등을 누그러뜨리는 효과가 있다. 그런데 평양이 옛 고구려 수도가 아니라고 하는 것은 풍수학적으로는 그동안 평양이 누려 온 지기(地氣)가 쇠해지는 것을 의미한다. 

 평양은 애초부터 한 국가의 도읍지로서는 땅심이 모자란다는 게 풍수적 판단이다. 한반도에서 최고의 지덕(地德)을 가진 곳은 서울과 경주다. 서울은 대한민국 전체 인구 중 20%에 해당하는 1000만 명을 먹여 살리고 있는 ‘복(福)명당’이고, 경주는 천년 도읍지의 위상을 잃지 않고 있다. 그 뒤를 고려의 개성과 백제의 공주 등이 잇고 있다. 평양은 임시 수도나 부도(副都)급이다. 실제로 고구려는 독특한 삼경제(三京制)였다. 1개의 수도를 중심에 두고 그 주변에 2개의 부도를 둔 것이다.

 현재 한국 사학계는 장수왕(재위 413∼491년)이 천도한 곳이 북한 평양이라는 설과 요동 평양(랴오양)이라는 설로 크게 나뉘어 있다. 이 문제는 조선 후기 실학자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분분했다. 정약용을 대표로 하는 국내 실학파는 북한 평양설을 지지했고, 박지원을 비롯한 중국 견학파는 랴오양 평양설을 주창했다. 이 문제는 결론을 내지 못한 채 조선 망국과 함께 묻혀 버렸다. 

 평양은 풍수오행론(風水五行論)으로 보면 금(金) 기운이 강한 땅이다. 목(木) 기운이 강한 서울에서 이씨(李氏·목의 성씨)가 조선왕조를 건국했듯이, 평양에서는 김씨(金氏·금의 성씨)가 3대째 ‘왕조’를 이어 가고 있다. 지기쇠왕설(地氣衰旺說)이나 도참설에 따르면 김씨가 누리고 있는 평양의 지기(地氣)는 최대 72년이라는 말이 있다. 그게 사실이라면 1948년에 세워진 북한 정권의 잔명은 길어 봤자 4, 5년이라는 얘기다. 평양의 땅기운은 과연 김씨 정권을 내칠 것인가.
 
안영배 전문기자·풍수학 박사 oj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