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고장 전통시장]<8>서울 방학동 도깨비시장
18일 서울 도봉구 ‘방학동 도깨비시장’ 내 ‘꽃보다 츄러스’에서 성호준 대표(오른쪽)와 딸이 ‘울금 츄러스’를 들어 보이며 웃었다. 울금가루를 넣어 만든 울금 츄러스는 이 시장의 명물 간식으로 꼽힌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18일 오후 서울 도봉구 ‘방학동 도깨비시장’에는 이 시장의 명물인 추로스를 맛보려는 손님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이곳의 추로스는 유독 더 진한 노란색을 띤다. 반죽에 울금가루를 넣어서다. 울금은 도깨비시장의 특화상품이다. ‘울금 츄러스’는 도깨비시장의 특색을 잘 보여주는 대표 간식이다.
○ “울금 츄러스 맛보러 시장에 오세요”
도깨비시장에 가면 추로스 외에 물회, 순대, 족발, 수제비, 떡 등 울금을 넣은 다양한 먹을거리를 맛볼 수 있다. ‘울금 특화시장’으로 거듭나기 위해 시장 상인들이 뜻을 모은 결과물이다. 몸에 좋은 울금이 들어간 음식이라는 소개에 시장 손님들의 반응도 좋았다.
○ ‘울금 특화’로 부활을 꿈꾼다
도깨비시장은 1980년대 초반 할머니들이 삼삼오오 모여 노점을 열면서 형성됐다. 주로 상인들이 직접 기른 농산물을 팔았다. 구청의 불법 노점 단속반이 나타나면 순식간에 사라졌다가 나타나기를 반복해 ‘도깨비’라는 이름이 붙었다. 질 좋은 농산물을 싸게 팔다 보니 물건을 내놓자마자 다 팔아서 늦게 가면 시장이 사라진다는 뜻도 담겨 있다.
한때 물건이 없어서 못 팔 만큼 장사가 잘됐지만 상권의 변화를 거스를 순 없었다. 2000년대 들어 근처에 마트가 하나둘 생기기 시작했다. 현재 시장 주변 4km 내에 대기업슈퍼마켓(SSM)과 대형마트가 4곳이나 있다. 쇠락해 가는 시장을 보면서 상인들은 재도약의 계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지난해 중소기업청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골목형 시장 육성사업에 지원한 이유다.
○ 친근한 서비스로 신세대 공략
시장 활성화를 위해 도깨비시장은 ‘홍보’와 ‘친절’에 집중했다. 상인들의 제안으로 홍보업체를 통해 인터넷 홈페이지를 새로 단장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도 만들었다. 신선, 위생, 사랑, 정(情) 등 시장이 추구하는 가치를 형상화한 6가지 도깨비 캐릭터도 만들었다. 귀여운 캐릭터를 활용해 젊은 고객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려는 취지다.
이곳 상인들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운영하는 상인대학에서 교육도 받는다. 친절한 고객 응대 등 서비스 교육이다. 시장이 살아나려면 상인들이 먼저 달라져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감창희 도깨비시장 상인회장(47)은 “아무래도 시장에선 조금 거칠게 장사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교육을 통해 상인들이 친절해지니까 손님들이 정말 좋아한다”며 “덕분에 손님이 꽤 많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노력을 인정받아 도깨비시장은 이달 열린 ‘2016 전국 우수시장 박람회’에서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상인들은 더 많은 사람이 시장에 찾아올 수 있도록 인근 도봉산 등산로 입구 바닥에 안내 표지를 그릴 계획이다. 도봉산을 찾는 등산객들을 시장으로 유인하기 위해서다. 노후 아케이드를 바꾸는 등 시설 현대화 작업도 추진한다.
감 회장은 “안동 하면 간고등어가 바로 떠오르듯이, 방학동 도깨비시장 하면 바로 울금이 떠오르도록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