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는 EU잔류파?

국민투표前 ‘탈퇴 반대’ 발언
공개적으로는 중립 표명… 일각 “소신 버리고 총리 맡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국민투표를 앞두고 중립을 지켰던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사진)가 국민투표 전 비공개 강연에서는 ‘브리메인’(영국의 EU 잔류)을 주장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25일 메이 총리의 5월 26일 골드만삭스 런던 지점의 강연 녹취록을 입수해 “메이 총리가 브렉시트에 대해 영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단언했다”라고 보도했다. 강연은 비공개인 데다 6월 26일 국민투표를 한 달 앞두고 한 것이어서 메이의 본심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그는 “5억 인구를 가진 무역블록의 일부분으로 남는 것이 우리에겐 중요하다”라면서 “영국으로 투자가 많이 들어오는 이유는 영국이 유럽에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유럽에 남을 때 영국 안보도 최상일 것이라고 믿는다”라고 말해 안보 측면에서도 EU 잔류가 영국에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메이 총리는 영국이 유럽을 이끌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수년간 영국은 유럽이 우리에게 무언가를 해 줘야 한다고 생각하고 뒷좌석에 앉아 있었다”라며 “이제는 우리가 유럽을 이끌어 나가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또 “과거가 아닌 미래를 보고 투표하길 바란다”고 말해 사실상 ‘EU 잔류’에 투표할 것을 독려했다.

　메이 총리는 국민투표 당시 내무장관으로서 브렉시트를 지지하지 않았지만 잔류파에도 적극적으로 가담하지 않으면서 어정쩡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이렇게 중립을 지켜 잔류와 탈퇴 진영 모두를 아우를 수 있다는 기대감을 얻고 총리직에 올랐다. 이번에 공개된 녹취록으로 인해 메이는 소신을 버리고 브렉시트를 총괄 지휘하는 총리직을 맡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메이의 태도가 월가 강연에서 힐러리 클린턴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가 보인 태도와 비슷하다는 지적도 있다. 클린턴도 유세장에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반대하며 보호무역주의 성향을 보이지만 앞서 가진 월가 초청 비공개 강연에선 자유무역주의 입장을 옹호해 가식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가디언의 보도에 대해 총리실 대변인은 “우리는 원만하고 질서 있는 EU 탈퇴를 원하고 이는 영국과 EU 양자의 이익에 부합한다”라고 밝혔다.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